4월 처음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는,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몰려와도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말을 걸지 못하도록 일부러 더 그때에 일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있을 때 일하다 보니 관심 많은 도서부 친구는 내가 어떤 간식을 사는지, 어떤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등의 계획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의견에 많이 기대었다. 하지만 도서부 아이의 의견이 일반 학생과 같지는 않았고, 어느 정도 적응된 후에는 봉사하는 아이들이 없을 때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에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11월의 나는, 자주 오는 참새들의 이름은 거의 알고, 취미나 고민 등 개인적인 일들도 제법 꿰고 있으며, 도서관 봉사학생들과의 친분도 두터워졌다. 다친 다리는 다 나았는지, 패드맨턴 대회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스터디 카페는 독서실과 어떻게 다른지, 특성화고 면담은 잘 되고 있는지, 운동은 왜 그만두었는지, 각자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도 새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며 아이들과 깔깔대는 사이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침에 아침밥에 투정 부리는 아이들에게 그럴 거면 먹지 말라며 화냈던 일도, 엄마의 건강이 회복되며 다시 잦아진 잔소리에 머리 아팠던 일도, 2주 넘게 부재한 남편의 자리에 고단한 몸과 마음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훌훌 털어진다.
책도, 도서관도,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독서는 나와의 소통, 세상과의 소통, 관계의 소통을 위한 기초작업이다. 도서관은 그 기초작업을 도와주는 장소로서, 즐거운 경험을, 아무 대가 없이, 아니 그들의 내적 외적 성장을 바라는 마음만으로 그 자리에 있어주면 된다.
어두웠던 A양이 매일 도서관에서 한층 밝아진 얼굴로 출근 도장을 찍으며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듯, 학업에 지친 B양이 도서관에서 눈물도 짓고 넋두리도 하며 고달픈 마음을 달래고 돌아가면 되었듯, 그런 생명을 주는 도서관이, 이 일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