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절찬리 방영 중인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를 며칠에 걸쳐 다 보았다. 공황장애, 우울증, 조현병, 지능 장애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그러한 정신병들이 개인에게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런 사람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아프지만 담담하게, 설득력 있게, 희망차게 그려나간다. 지금은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기간이어서 원작 웹툰도 도서관에 들일 생각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우울한 사자 같던 A양은 11월 한 달 내내 매일같이 도서관에 왔다. 반별 대항전으로 독서 일지 같은 메모를 쓰게 하는데, 이 아이 혼자 매일같이 써오고 있다. 대출만 했다면 너도나도 했을 텐데 다른 아이들은 이 메모 때문에 참여를 잘 안 한다. 오로지 A양의 독주로 한 반을 견인하고 있어, 곧 반 전체가 A양을 통해 간식선물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은 특성화 고등학교 원서 준비 기간이고, 일반고를 갈지 특성화고를 갈지로 졸업반 아이들을 갈팡질팡하고 있다. 당연히 일반고를 가겠지 하던 친구들도, 특성화고 설명회를 듣고 나면 한 번쯤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성적표까지 나오면서 아이들의 흥분과 절망과 아쉬움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A양은 느긋했다. 일반고 진학이 확정되었다고 했다. 일반고 갈 성적이 전혀 아니었는데, 특수학교와 일반학교를 가는 경계에 있어서, 담임 선생님의 제안으로 특별전형으로 진학이 확정되었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집에 와서 드라마를 접하고 이 아이가 경계선 지능지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능검사시 70~80점 사이는 경계성 지능에 속하지만, 장애는 아니기에 복지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어 아이와 엄마의 갈등을 그리는 장면을 드라마를 통해 보면서, 아 A가 이거였구나! 했다.
대화만으로는 알기 힘든 장애이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지 걱정이 되었다. 중학교에서도 받아주는 친구만이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괜찮을까. 아이의 말로는 특성화고는 취업해야 하는데 엄마는 그것보단 일반고 진학이 낫겠다고 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아이의 과몰입하는 성격이 하나를 제대로 파면 또 잘될 것이라 여겨, 계속 책을 열심히 읽어보라고 권면해 주었다. 지킬 앤 하이드나 레미제라블처럼 뮤지컬이 있는 고전을 좋아하는 아이는 책과 영상을 오가며 문학에 빠져있는 듯했다.
친구들은 하루 세 권씩 책을 빌려가는 A양을 보며, 진짜 책을 다 읽는 게 맞느냐, 말도 안 된다며 비아냥댔지만,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는 너희는 그렇게라도 시도해 봤느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A양에게 문학이 그녀의 이야기가 되고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