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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면, 강해진다.

매일큐티(2016.7.25/그야말로 뙤양볕+습기=엄청더움)

by 수박씨

경건한 삶은 큰 유익을 가져다 줍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그대 자신이 됨으로써, 단순한 삶 가운데서 누리는 넉넉함입니다. -메시지성경, 고린도후서 6장 6-8




사실은 나는, 이상한 사람, '똘끼'충만한 이들을 좋아했다.

지금은 조금 소원해졌지만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절친이 그랬고, 회사에서 7년동안 동거동락한 친구가 그랬고, 내 남편이 그랬다. 그 '똘끼'라는 것은 다름 아닌, '나다움'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상하리만치 깔끔한 성격이라든지, 지나치리만큼 넓은 오지랖이라든지 하는 '개성'이 나는 참 부러웠고, 맘에 들었다.


알고보면 누구나에게 있는 '똘끼'지만, 그러나 결코 드러내지는 않는 것이 내 친구들의 공통점이었다. 그래서 '드러나는 똘끼'를 마주할 때면 '뒷담화'가 이어지곤 했다. 진짜 특이하다면서.


우연히 그 특이한 사람과 조금 가까워지게 되었다. 나는 출산 후 복귀를 했고, 그녀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복직한 나에게 그녀가 처분해야 하는 각종 책들이며, 사은품 따위를 무한 제공했고, 육아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내가 항상 '뒷담화'하던 장본인에 대해 직접 알아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복귀 전에 그녀에 대한 반감은 사실상 대단했다. 그녀 자체의 똘끼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었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깔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는 co-work을 해야할 관계였는데, 담당자의 의견이나 상황들을 먼저 알아보지도 않고 어떤 한 사건을 공론화 시킨 후, 타부서에게도 상사에게도 그리고 동료인 나에게도 뭊매를 맞았다. 여튼 나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부주의한 행동은 다른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었다. '개념 없다고' .


그런 이유로 그녀에 대한 내 인식은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래 미워하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대면대면'한 사이일 뿐이었는데, 복귀 후에 이렇게 밥까지 먹게된 거다. 그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건, 그녀는 그냥 '단순한' 사람란 거다. 자신의 삶과, 가족과, 일에 몰입하며 '그저 살아가는' 사람. 실수따위 개나 주라는 양, 다 껴안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


이야기하다보니 이건 또 무슨 동질감인가. 나와 비슷한 구석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사실 나도 꼼꼼하지 못하고, 실수도 많이하고, 타부서와의 눈치에도 약하다. 그런데 같은 '실수'를 보면서, 그렇게도 욕을 해댄 거다.

그녀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그런 약점도 거침없이 드러냈고, 나는 약점을 숨기려 하다가 강점도 부각되지 못한 채, 회사를 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거였다.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투덜댔는데, 이제 보니 '나를 너무 몰라주는 조직'에 대한 불만이었다. '나를 알아주는 곳'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희망으로,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진리였다. 회사가 아니라, 그 어디라도 말이다.


고양이는 단순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화가 나면 열심히 화를 내고,
울 때는 죽어라 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p. 49 중에서



나는 무엇보다, 그녀처럼 '단순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약점은 약점대로, 강점은 강점대로 용감하게 드러내는 사람. 그것이 오늘 큐티의 '경건한 삶'이 아닐까.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이 됨으로써, 단순한 삶을 누리는 넉넉함이 '경건'이라는 오늘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째서 성경의 이런 귀한 구절들을 이제야 발견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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