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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하라

매일큐티(2016.7.26/덥지만 바람은 조금 부는 날)

by 수박씨

그리고 그대가 받은 특별한 사역의 은사도 떠오르는군요. 그 은사를 계속 타오르게 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의 은사에 소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기를 바라십니다. (메시지성경, 디모데후서 1: 5-7)


주방기구가 잘 갖춰진 부엌에는 고급 유리잔과 은접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통과 음식물 찌꺼기를 담는 통도 있어서, 어떤 그릇은 멋진 음식을 담는 데 쓰이고 어떤 것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쓰입니다. 그대는 하나님께서 쓰실 수 있는 그릇이 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자기 손님들에게 온갖 종류의 복된 선물을 베푸시는 데 그 그릇을 사용하실 것입니다. (메시지성경, 디모데후서 2: 20-21)






받은 은사대로 충실히 살라는 말씀은 익히 알고 있다. 달란트의 비유도 성경학교때부터 수없이 들어왔으니까.

문제는, 무엇이 은사인지 모른다는 거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대체 적성에는 맞는건지,

왜 7년동안 하고 있는 일에 프로패셔널한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건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은데 나한테 재능이 있기는 한건지,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도 '은사'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물론 은사라는 것이 '진로'만은 얘기하는 것은 아닐거다.

성품도 은사요, 가진 환경도 은사니까.

하지만 지금 나의 관심은 '앞으로의 나'다.

어떤 그릇으로 어떻게 써 주실지, 나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건지.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싶으면서도, 왜 자꾸 낙오되고 지치기만 하는 건지.


어머님과 화요일, 목요일이면 수영을 다닌다.

수영장 화장실에 붙어있는 글귀를 무심코 봤다.

어느 화가의 이야기였다.


화가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느냐고 묻지만, 사실 본인의 실력은 전혀 늘지 않고 있던 것.
그는 기도했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습니까?"
하나님은 대답했다.
"네 제자들이 물었다면 어떻게 대답했겠느냐?"
"계속하라, 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너도 그렇게 하라"



칼럼도 더러 쓰고, 책과 관련된 업종에 있는 나도 자주 듣는 말이 그거다.

"책은 진짜 많이 알겠다"

"글 되게 잘쓰겠다"


책에 관한 한 전문가 취급을 해주는건 고마운데, 나는 늘쌍 그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데.'

'읽은 책도 얼마 없는데.'

'글쓰는게 재미는 있지만, 잘쓰는 건 아닌데.'


화가처럼 나도 고민이 되었다.


지금 수영강습에서는 접영을 배우고 있다.

지난주에는 발차기가 리듬이 안맞아 허우적거렸다.

선생님은 몇몇 부진한 학생들을 데려가, 낮은 풀에서 발차기 연습만 죽어라 시켰다.

군소리 없이 꿀렁꿀렁 발을 차댔다.

그리고 이번 주. 나는 낮은 풀에 가지 않아도 됐다.

발차기가 리듬을 타니, 팔도 어설프지만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피드백.


"자세가 이뻐졌어요 훨씬! 팔이 잘 돌아가네요!"


뿌듯.

훈련하면, 언젠가는 된다.

시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붉은 대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태풍과 천둥과 벼락을 견뎌야 한다고.

그러니 끝까지 계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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