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동료

by 수박씨

관계 중심적인 나는 회사생활의 8할은 동료다. 대단한 성과주의의 인물도 아니고, 정치적 인물도 아닌 나는 그저 함께할 동료만 있으면, 회사생활에 큰 무리가 없다.


입사 동기는 육아휴직 후 돌아오지 못했고, 나홀로 복귀한 상담팀에도 같이 교육받은 동기들이 있었지만 콜을 받아보자마자 줄줄이 퇴사해버렸다.


첫째 낳고 혼자 복귀했을 때에는 파트의 리더자리였다. 그 때 혼자 의사결정을하고, 팀원들을 설득시키는 일은 외로운 걸 떠나서 내 능력 밖인 듯했다. 결국 몇개월 일하다 다시 휴직하고 식구들을 더 만들고 돌아온 곳이 상담팀인데, 말단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건, 리더의 자리보다 훨씬 수월했다. 내 것만 하면 되는데 뭐.


처음엔 1, 2년차 선배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선배에게 말도 붙이고 같이 밥도 먹자고 손을 내밀며 노력했다. 그래도 동료없이 살 순 없으니까. 귀동냥이라도 하며 살아야하니까. 그런데 딱히 가까워지진 못했다. 상사 욕 회사욕을 하긴 하는데 맘이 편한거까진 아니었다. 아직 나는 초짜였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동향을 살폈다. 그러다가 업무도 어느정도 익숙해져 진짜 혼자여도 괜찮아졌을 때 '에이 됐다~' 싶은 마음이 들어, 혼자 밥먹고 출퇴근 하고 가끔 안부를 묻는 메신져에 잠깐의 수다 정도만 하며 지냈다.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외로웠다. 넷플릭스가 아무리 재밌어도, 책이 아무리 좋다해도, 사람이 고팠다. 그러던 중 나와 비슷하게 입사하고 아이 둘을 낳고 돌아온 복귀자 2명이 생겼다.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아줌마라는 특성 때문인지, 성격들이 비슷한건지,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점심에 도시락을 같이 까먹는 동갑내기 동료도 생겼다. 나와 밥먹자고 먼저 말해주는 동료도 있었다. 이 버거운 성수기도, 내가 겪은 갖가지 실수와 고객들도 같이 얘기하고 나면 모든게 씻겨 내려갔다.


마흔되는 나이가 되면 퍽이나 독립적일 줄 알았던, 그렇게 살아봐야지 했던 나는, 스무살 때나 서른이 되서나 지금까지도, 그래도 함께하는 이들 덕분에 하루하루를 지낸다. 역시, 그래도 동료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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