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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삼 Jan 17. 2024

초보 관리자의 이미지 메이킹 2



관리자가 된 이후 가장 처음한 일은 ‘관찰’이었다. 직책은 물론 직책과는 무관한 먹이사슬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경리를 담당하는 관리자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모든 서류를 볼 수 있었기에 돌아가는 사정에 훤했고 자잘한 일까지 빈틈 없이 일해 점장, 매니저의 신뢰가 컸다. 그녀는 경리겸, 비서겸, 클라우드 역할까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히 수행했다.


다행히 그녀와 친해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너 그때 물에 안들어간 걔 맞지?”


그러니까 스텝 시절에 영화관 야유회를 간 적이 있었는데 모두 수영하며 노는 와중에 나만 들어가지 않았다. 관리자들이 들어오라 권유해했지만 꽤나 완강하게 거부했던터라, 그게 기억에 남았나보다(글쓴이는 물을 싫어한다).


그 대화를 시작으로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러면서 회사 상황이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업무 실수에 대해 도움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긍정적인 평을 상급 관리자에게 해준 게 가장 고마웠다. 나도 이런 관계의 이득에 보답하기 위해 행동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묵은 때 청소하기 프로젝트.

(이게 뭐냐면 다들 인지는 하고 있지만 쉽사리 하기 힘든 일을 명한 것으로, 실패해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그녀의 묵은 때가 뭔지 기웃거리던 어느 날,


띠 띠 띠(지폐 걸리는 소리)

”오늘 따라 되게 걸리네“

”마음을 착하게 먹어봐요“

”아이 씨“

”그거 먼지 한 번 털어줘요?“


돈을 많이 다루는 사람에게 있어 계수기는 정말 중요하다. 많이 쓰는만큼 내부에 먼지가 쌓이는데, 청소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길래 선뜻 청소해준다고 했다.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계수기의 먼지는... 굳이 표현하지 않겠다. 먼지를 탈탈 턴 계수기를 돌려보니 소리부터 달라 모두가 놀랐다.


나는 별일 아닌 듯,

”매표랑 매점 것도 청소해야겠다“ 며 들리는 혼잣말을 하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사무실 관찰 일지


점장 : 목소리는 온화한데 뱉는 멘트는 차갑기 그지없다. 팀 내 대표적인 하고잡이로써 신선하다 생각하는 의견은 꼭 해야한다. 실세 그 자체.


부점장 : 넓고 얇은 지식의 소유자. 얼리어답터라 전자기기를 많이 사고, 수다력이 좋아 한 번 말하면 멈추지 않는 편. 온순해보이나 점장에게 기가 눌려 있다.


매니저1 : 두 점장의 행동 대장. 현장 관리자들과 매우 친밀하다. 가끔 바쁜 현장을 도와주는 해결사이나 게으른 면모가 언뜻 보인다.


매니저2 : 본점에서 파견 온 매니저. 내향적이지만 외향적인 척 하며 타인의 장점을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무실 관리자1 : 포스터랑 각 종 전단물을 담당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무실 관리자2 : 회사 내 중요 서류 및 경리를 담당. 성격이 시원 시원하며 사무실 내 두루두루 친하다.


현장 관리자1 : 오픈 멤버라 모두와 친하며 인기가 많다. 성격은 유순하나 결단력은 부족하다.


현장 관리자2 : 말투나 몸짓이 매우 느끼하나 사람은 착하다. 근데 맞춤법을 많이 틀려 신경 쓰인다.

예) 오셔서 -> 오셨서





또 다른 묵은 때 청소는 전임자의 무신경에 의해 방치된 상영관 좌석 관리였다.


옛날 극장 좌석은 힘을 받는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사람이 많이 앉다보면 좌석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파손 정도에 따라 아예 내려 앉기도 했는데, 그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선 점검과 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이 점검과 교체는 관리자가 담당했는데, 1천개가 넘는 좌석을 고작 5~6명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컸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좌석이 완전 내려 앉은 뒤 수리를 진행해왔다고 했다(서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표본...)


나는 이러한 행태를 바로 잡고자 플로어 스텝 교육을 실시했고 이후 모두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각 상영관마다 점검, 교체 현황일지를 만들어 모든 근무자들에게 공유하고 응원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상영관은 튼튼한 좌석들로 셋팅 되어져 갔다. 나의 이런 계획과 실행이 알려지는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묵은 때를 찾아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윽고 나는 부관리자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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