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괴리.
저 청소 일 하는데요?(2019)
처음으로 가 본 독립 책방에서 만난 이 책.
그때는 독립 출판, 책방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던지라, 펼친 책들이 대체적으로 내 기준과 맞지 않았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렇게도 책이 된단 말이야?'라는 생각에 그때는 이 책을 선뜻 집어 들지 못했다. 그 후로 접하는 독립 출판물이 늘면서, 나는 이 책이 너무나도 읽고 싶었다. 타인의 시선이 따뜻하지 못한 직업을 가진 것과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으로, 어떤 충고나 조언을 받고 싶었다.
나는 그림으로 미래를 꿈꿨고, 좋아하는 영화로 직업적 성과를 맛보았으며, 현재는 벌이를 위한 직장을 다니며, 글로 성취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언제나 부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읽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 예지 씨가 선택한 일은 마냥 의미 없진 않아요.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결국 예지 씨가 필요해서 선택했고 그 필요성을 충분히 채워줬잖아요. 예지 씨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니 조금 천천히 가보도록 해요.
이 일이 정말 창피하고 싫은데, 계속해야만 하는 나 자신이 비참했다. 다른 길을 가고 싶었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쉽지 않았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감정을 정리하고 생각을 배열하며 스스로에게 가치의 의미를 주었다. 내가 먹고사는 건 이 일 덕분인데, 나는 배은망덕하게도 하루의 보람을 그리고(drawing) 적는 것에 두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 일에 깊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버티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이 일을 나는 지금 3년째(벌써)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일이 내게 이익을 주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 청소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었지만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안 기뻤다.(그림으로도 생계를 책임질 순 없을까?) 예쁜 옷, 구두가 채워주지 못했던 감정. 그건 바로 '자기만족감'이었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 푹 쉬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일을 이어하게 되었다. 그게 지금 하는 일인데, 이 일은 내게 지금까지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직장에서 얻은 사람 스트레스가 줄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으며, 개인 시간이 늘어 못 봤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생산적인 활동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상황임에도 나의 자존감은 계속 떨어져갔다. 분명 예전에 비해 더 수월한 삶임에도 만족감은 적었다. 전 직장이 불행했던 건 거짓 없는 사실인데, 가끔 그때를 그리워하는 내 모습에 한편으론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 내가 이렇게 워커홀릭이고, 직업 타이틀에 집착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여기 이 직장에 와서 알게 되었다.
그럼 나의 만족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다시 그 직업을 선택하면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지금은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게 가장 좋다. 그래서 지금은 직업적 성과보다,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래야 나 스스로가 지금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만족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