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의 순간들

풋풋하고 산뜻한 그 때를 그리며.

by 세삼




초보의 순간들(2016)


어떤 경험과 사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을 담았다. 읽는 이들이 쉽게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을 담았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문장을 조용히 따라가게 된다.



<초보의 순간들>에 담긴 주제 중 하나, '첫 영화관'.
그리고 나의 첫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



내가 살고 있던 곳은 촌 중의 촌. 버스를 타고 1시간은 더 나가야 있던 시. 그런 걸 다 떠나서 영화관이라는 개념을 몰랐던 나. 애초에 영상물이라곤 TV와 비디오가 다였던. 그저 듬뿍 꽂혀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참 넓고 멋진 세상이라 생각한 나.

그렇게 자라온 내가 처음 영화관을 간 건,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라 생각하는 공부할 시기와 결혼할 시기 중, 나는 공부 할 시기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로 선택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리라- 한 거다. 뭐 어쨌든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나는 버스로 1시간 더 걸리는 시로 가, 처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당시엔 멀티플렉스가 없고 단관으로 운영하는 영화관만 있었는데,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에 따라, 가야하는 영화관이 달랐다.


나는 당시 <살인의 추억>과 <장화, 홍련> 중 어떤 걸 볼까 고민하다, 날씨가 너무 더워 그냥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표를 사고 영화관에 들어간 순간, 나는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대낮의 어둠을 경험했다. 정말 눈앞이 깜깜해져 제대로 걷지 못했다. 딛는곳 마다 마치 벼랑인 양 더듬더듬 걸으며 빈자리에 앉았다(당시엔 그랬다. 빈자리에 앉으면 좌석 배정은 끝. 만석이면 사람들은 계단에도 그냥 앉았다). 그때 본 영화는 <장화, 홍련>인데, 하필 스피커 바로 앞에 앉은 나는 공포 영화의 극강 사운드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큰 스크린을 보았다. 이 어두운 공간에, 나와 저 영화만 존재하는 기분이 들어 무척 설레었다. 그날 처음 본 큰 화면과 소리가 날 압도해, 쭉 눌러 앉아 영화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치 천명관 작가의 소설 <고래>에 나오는 '금복'처럼, 나는 영화의 매력에 거침없이 빠져들었다(그녀는 존 웨인, 나는 임수정).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의 스크린도 스피커도 그다지 크고 좋은 것은 아니었을 거다(현재와 비교해보면). 그럼에도 당시의 내가, 현재의 나보다 영화를 더 즐겼다. 눈을 반짝거리며,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싱글싱글 웃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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