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와 칸타의 장

이것은 판타지인가.

by 세삼


시하와 칸타의 장: 마트 이야기



사실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은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빠져본다는 무협과 판타지 소설에 심취했던 나는, 급기야 소설을 적는 행위까지 시전한다. 물론 방대한 세계관을 설정한다는 것에서 깊은 좌절감을 느꼈지만, 그때의 글쓰기 행위가 지금의 나에게도 큰 의미가 된다는 사실을 안다. 어쨌든 이 오랜만에 읽는 판타지 소설(게다가 나의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그 시절, 그 작가가 쓴)에 적응이 안 되었던 것은, 판타지 특유의 설명적인 어구였다. 아무래도 이 세계관을 독자의 머릿속에 그려내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오랜만에 읽는 나로선 약간 적응이 어려웠다.

그리고 장르적으로 이 책을 판타지라 불러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기존의 판타지라 불리는 장르 어느 경계선 상의 교집합이라 말하고 싶다.

작가는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 서양의 기본 판타지를 씌우고, 곳곳에 북유럽과 인도, 일본 신화를 배치, 거기에 과학을 접목하여 다양한 혼합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 종말에 가까운 인류와 그 시기에 나타나는 환상종의 등장, 처음 읽을 땐 이게 어떤 설정인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했으나, 작가의 필력에 점점 수긍되어간다.

이게 기존 판타지와 읽는 느낌이 좀 다른 게, 대한민국의 언어를 사용하고, 주변 생활 시설이 재 활용되며,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 문학이 마법 주문처럼 반복된다는 점이, 친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기분을 공존하게 한다. 드래곤이 절멸해가는 인간 문학을 보물 삼아 수집하고, 요정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비유하는 모습에, (이런 가공된 세계에 현실의 문학이 접목되는 부분이) 읽는 나로 하여금 판타지라는 사실을 점점 옅어지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형태가 비록 '시하'라는 주인공을 따라가는 단선적인 모습이나, 기존 판타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결을 담아, 그 이상의 것을 시도하려는 장르로서의 비 장르 의지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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