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벌새>

영화로 떠오른 나의 기억

by 세삼

벌새


영화는 담담히 나의 과거를 훑어간다.
단지 소품의 과거가 아닌 나 어린시절, 은희와 비슷하게 느꼈던 그 감정을 공감하며 내가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 떠올리게 해준다.
당시엔 당시의 감정이 있었다. 지금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 하지만 그때는 인생에 있어 가장 크고 아팠던, 또는 행복했던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 시절 무엇이 그렇게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나의 피난처는 친구였고, 내 방이었다.

다행히 공부해야 할 시기라 나의 우울함과 쓸쓸함은 방으로, 밖으로 자연스레 숨길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엄마는 내가 운이 좋다고 했다. 네가 태어나고 집에 돈이 모였고, 아빠도 술을 덜먹게 되었고, 엄마도 덜 아프게 되었다고. 엄마와 누나들은 아빠의 패악질에 우울증이 와 힘들었는데, 너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나는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는 참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가진 상처, 그건 그대로 묻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나의 기억은 일상 속에서 발현되지 않는 저 어딘가에 묻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었지만, 속으론 논갈이하는 논처럼 예전의 기억이 파헤쳐 졌다. 속이 많이 쓰렸지만, 그래도 뭐 논갈이 후 더 좋아지는 토양처럼 나의 기억도, 나의 감정도 더 나아질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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