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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an 26. 2022

하늘을 보는 여유가 필요해요.

오늘은 하늘을 보았나요?




하루에 한 번씩 하늘을 보며 살아라. 마음의 여유를 찾고 평정심을 찾게 될 것이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글귀였다. 앞만 보고 살고, 하루를 살고 현재를 살고 가까운 미래 정도만 보며 살게 되는 현실의 삶 속에서 늘 바쁘게 살아가는 게 몸에 배어버린 나란 사람은 하루에 고작 한 번 정도 하늘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엇이 널 그렇게 만들었어. 묻는다면 답은 늘 나에게 있었다. 하늘 한번 볼 여유도 없는 거야? 그렇지는 않다. 하늘을 보는 대신 다른 것들을 눈에 담고 뇌는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생각을 행동에 옮기고 있는 나였다. 나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두면 안 된다는 약간의 강박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한 것들을 준비하고 해내는 그런 열정 가득한 사람은 아니다.


요즘 방학이라 함께 붙어 다니는 아들이 묻는다.


“엄마는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매사 느릿하고 꼼꼼하고 차분한 편인 아들의 결에 늘 파닥거리는 엄마는 왜 그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겠지 싶다. 그러게, 엄마는 왜 이럴까.


나도 하늘을 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하늘을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평온해졌었다. 하지만 이 평온이 지금의 나에게 사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라는 사람은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바쁜 삶 속에서 늘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가면, 하늘도 실컷 보고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내 눈에 세상 밖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


 마치 집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계획하면 자꾸 집안일이 보이고 제대로 집중이 안되어 이도 저도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작년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었다. 11살 아들과 남편과 함께 등산 초보자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올라보고 싶었고 함께 하였다. 날씨 좋았던 날 5월, 한라산을 오르면서 눈앞에 펼쳐졌던 풍광, 하늘에 가까이 닿아 있는 듯한 느낌은 난생처음 느껴봤던 것 같다. 마음 같아선 그 감동 가득 여유롭게 느끼고 내려오고 싶었지만 우리에겐 하산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오르고 내리느라 바빴던 산행이기도 했다.


역시 바쁘게 등산을 했었지만 그 찰나, 잠시라도 느꼈던 하늘. 내가 하늘과 맞닿아있는 그 느낌, 하늘이 날 감싸주고 있는 듯한 그 기분, 처음으로 느꼈었던 그 벅찬 감정들. 나는 한 낱 미물에 불과한 것을 뭐 그리 부산스럽게 살고 있나 싶었던. 심장은 두근거렸고, 내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


 그런데 또 현실을 살다 보니 잊혀 버린, 그래서 사진을 보면 생각나는 그 순간의 감정들.


그래,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기록을 하고 순간을 남기는가 싶다.


스케줄러 빼곡한 잔잔한 스케줄들을 하나씩 해내면서 느슨해지면 불안해지는 나라는 사람이 쉽게 변할 리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널 감싸주고 있는 하늘을 기억해. 여유를 갖자고 다짐해본다.


그래도, 오늘은 하늘을 한번 보자!



한라산백록담에 오르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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