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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Feb 15. 2022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들.

소확행



생각만 해도 배시시 웃음이 머금어지는 것들. 소소한 행복이 느껴지는 그런 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의 감정들이 행여 잊혀질까 싶어서 사진이나 글로 남기는 시간들 자체는 나에게 소소한 성취감을 안겨준다. 오늘도 이렇게 살아왔구나, 그래, 넌 이때 이런 감정이었지. 아들과 이런 대화를 했었구나. 이런 거다.


얼마 전 내 브런치에 '내 마음의 안식처'라는 글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한 글이 있었는데, 글을 적으면서 내내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던 기억이 난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소소하게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게 별건가 싶다. 그냥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 바삐 사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 그런 것들이었다. 나로서는 특히 팬더믹 덕분에 놓치고 살던 많은 것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소소한 것들이었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행위들이었다.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오늘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유독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나도 모르게 이 시간에 문 연 라떼 맛집을 검색하고 그 지점을 향했다. 마음 같아선 잠시 카페에서 홀짝홀짝 마시며 쉬다 오고 싶지만, 집에는 아들이 홀로 있을 터이니 마음은 급하고. 비상등을 켜고 들어가서 캔라떼 하나를 후딱 구입하고 나오는 길. 왠지 모르게 설렌다. 내일 마셔야지.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오는 차 안, 건너 건너동에 사는 엄마가 전화가 온다.

“강의 마치고 오는 길이니? 잠깐 들러. 보름이라 찰밥에 나물 좀 싸놨어. 도착함 연락해라. 들고 내려 갈게.”

엄마는 뜨끈한 찰밥과 나물 쇼핑백을 전달해주셨다.


오늘은 내가 오후 저녁시간 강의로 집을 비우니 아들이 혼자 집에 있다가 기타와 농구 학원 들락날락해야 했는데 당부를 하고 가면서도 늘 불안하다. 언니에게 상황은 이야기했지만 아들이 혼자 잘할 수 있다고 숙제도 하고 시간 맞춰 학원도 잘 가겠다고 해서 불안해도 믿는다 하면서도 앞동에 사는 언니에게 슬쩍 카톡을 보냈었다.


강의 마치고 언니에게서 톡이 와있다.


 “찬이 집에 잘 왔더라. 농구도 잘 간 듯~ 불 시간 맞춰 잘 꺼졌어~오후에 비 오길래 우산 가져가라고 연락했었는데 바로 답 오더라고. 걱정 말고 조심히 와. 기특하네 알아서 잘하고 다 키웠어.”


찡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혼자서 잘 해낸 아들도 대견했고, 우리 집에 불이 켜졌는지 확인을 해 줄 수 있는 언니가 있어 고마웠고, 엄마 가까이에 살아서 행복했다.


불 꺼진 집에 들어와 뜨끈한 찰밥과 엄마표 나물들을 허겁지겁 퍼먹으면서 이런 게 소확행 아닐까 싶었다.


가족으로부터 느끼는 안정감과 행복감, 그리고 정작 나에게 인색했던 칭찬과 잊고 살았던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의 보살핌, 그로 인해 느껴지는 편안한 감정들이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언젠가, 오늘의 행복을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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