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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r 15. 2022

여행을 통한 깨달음

여행하기 위해 운동합니다..


팬더믹으로 인해 해외 여행길이 막혀 버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늘 여행을 가면 주도하고 이끄는 편이었고, 길 찾기부터 먹거리, 관광지 등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편이었다. 내가 좋아서 했던 것이라서 힘들지 않았다.

결혼 후 남편과 여행을 다니면서부터는 그가 더 잘하는 길 찾기 같은 부분은 온전히 내려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딱 한번, 친구와 떠났던 영국 스코틀랜드 여행에서만큼은 나보다 더 계획적이고 유럽이 익숙한 친구에게 맡겼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여행하는 것도 괜찮았다. 늘 붙어 다니지 않고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는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만날 사람을 만나고 숙소에서 보는 일정도 괜찮았다. 나는 미술학도인 친구가 짜 놓은 미술관 투어 일정에 동참해보기로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영국에서 들렀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런 류의 현대미술관이 전혀 없었기에 아주 생소했고 파격적이었다. 버려진 ‘폐발전소’라는 공간을 활용해 미술관을 만들었고, 그림만이 아닌 설치미술, 모든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들을 폭넓게 해 놓아서 이렇게도 미술을 즐길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미술전시를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다. ‘수용’이었다. 여행에서 나의 고집을 내려놓고 여행 메이트의 취향을 수용해보기로 마음먹은 덕분에 나는 이후 새로운 취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결혼 후에도 여행은 자유여행만 고집하다 보니 세 가족은 아이 4살 이후로는 유모차 없이 비행 길에 올랐고 아이는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여행에 단련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가족이 함께 했던 태국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다. 덥디 더운 태국. 굳이 외곽 동네에 있는 허름한 빵집에 들러보겠다며 찾아갔다. 호기롭게 빵과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나왔는데, 찌는 듯한 더위, 몇 발짝 걸어가도 땀이 줄줄 나던 오후였다.

다음날 출국이라서 현지 돈이 부족해 택시는 타지 못할 정도여서 버스나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넓은 대로가 나왔고 육교를 오르는데 유난히도 다리가 천근만근이고,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갔는데 상점 하나 나오지 않았고 마실 물조차 없었다. 헉헉거리며 처지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끌고 뒤에서 밀어주던 8살 아들과, 앞장서서 길을 이끄는 남편의 땀에 젖은 등이 보였다.


낯선 나라 도시 한복판에서 이러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거 아닐까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체력 저하를 극심히 느꼈다. 결국 한참을 걷다가 편의점 한 군데를 발견했고, 신용카드로 현금을 찾고, 시원한 물을 사 마셨으며, 그 자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우리 정말 힘들었잖아. 찬이도 그걸 걸었어. 대단해! 그 편의점이라도 찾아서 다행이지..”

그러게. 그날의 일화는 가족끼리 몇 번이고 이야기하는 추억이 되었다.


방콕 외곽 쪽 폭포 투어를 갔을 때였다. 정글을 지나 경사가 심한 계단을 걸어 내려가서 폭포를 보고 오는 것인데, 내려가는 건 어찌 내려갔는데, 올라올 때 또 힘들어짐을 감지했다.


 “내가 앞으로 걷는 여행을 계속해야 할 사람인데, 이 나이에 벌써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되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운동을 해 체력을 길러야겠어.”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렇듯 때로는 여행에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는 그 후 여행을 하기 위해 체력을 보강하기로 마음먹고,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도 호캉스 같은 편한 여행보다는 힘들어도 구석구석 걷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작년 5월, 온 가족이 한라산 백록담에 올랐다. 체력이 좋아진 것일까,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어찌 되었던 해내었다. 앞으로 나이를 더 먹어서도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과 도전은 언제든 받아들이겠다는 생각도 여전하다.


언제 하게 될지 모를 여행, 그날을 위해 지금은 워밍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건강하게 살아서 죽기 전까지 많은 곳들을 둘러보고 싶다. 그게 지금은 팬더믹 시기를 버티고 있는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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