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에 대한 고찰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나요?
“자신에게 물어봐 주세요.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거기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세요. 저는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하지 않은 오랜 시간을 후회하고 있어요.”-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정확히 2009년쯤.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똑같은 질문을 가지고 나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를 적어본 후 교집합이 되는 것을 선택했었다. 그게 바로 ‘베이킹하는 일’이었다.
그때, 모든 경력을 내려놓고 과감했지만 힘겹게 결정한 ‘베이킹하는 일’을 정말 악착같이 했고, 그 이후 13년이 흘러 지금의 내가 있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사실 이 질문은 침체기에 있던 작년의 나에게 진즉 했었어야 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또 달라진 상황 때문에 나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2009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뭘 좋아하나.
여전히 베이킹하는 시간은 재미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은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긴 해도 신선하고, 아이들 수업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디저트 수업용 강의안을 짜는 것도 즐겁다.
티브이를 자주 보진 않지만 본다면 주로 다른 나라의 범죄 미드나 외화를 챙겨본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꿈틀대는 욕망을 여전히 대리 만족하는 듯하다.
아들 영어를 가르치면서 나도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좋다. 대학 때 아이들 과외했었던 때도 생각나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고 함께 영화를 보고 대사를 말해보고 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일본어로 수다 떠는 시간이 좋다. 팬더믹 기간에 일본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줄어든 대신 선택한 차선책이지만 카페 토크 사이트에서 만난 선생님과 시시콜콜한 수다 떠는 시간이 즐겁다. 일본어를 잘한다기 보단 흐름을 잃지 않을 정도로 쭉 가져가고 싶다.
SNS에 사진을 올리고 일상을 짧게 기록하던 글쓰기가 점점 길어지고 꾸준히 써가면서 미묘한 감정을 일게 해 주었다. 치유 같기도 하고 취미 같기도 하고 글쓰기로 인해 소통하게 된 SNS에서 만난 글쓰기 메이트들과 작가님들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과 배움을 얻고 있다. 마치 대학을 다시 다니는 듯, 동아리에 가입한 듯, 적당한 숙제를 하면서 소통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좋다. 비록 비대면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도 있다.
뭘 잘하는가.
그냥저냥 적당히 하고 사는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나마 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뭘 하고 싶은가.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닌데, 꾸준히 하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생이라 도전은 의미가 있다.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싶다. 유화를 그리다가 내려놓았다. 팬더믹으로 쉬게 된 기간에 딱 두 점만 그리고 말아서 아쉽다. 스케치해놓은 풍경화를 마저 완성하고 싶은데, 나는 왜 이리 시간이 안나는 걸까.
카페 토크라는 사이트를 통해 일본인 선생님을 만나 일본어 프리토킹 수업을 하다 보니 반대로, 온라인상에서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려면 필요한 자격증 같은 것들이 있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알아보다가 덮었다. 남편이 바쁠 텐데 너무 벌리지 말고 쉬어가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십 여 년간 나를 봐와서 그는 나를 이제 꿰뚫는다. 그가 아는 내가 다는 아니겠지만, 나도 아니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불과 3년 전 이탈리아 여행 2주 코스 계획을 짜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모든 계획은 무산되었다. 여행 가서 한 두 마디라도 써먹고 싶어서, 언어를 알고 여행을 하면 더 깊은 것들이 보이기 때문에 독학하려고 했었다. 과연 언제 이탈리아 일주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할까 말까..
쓰고 보니 참 어렵다.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 걸까. 지금의 나는 돈과 시간과 노력을 어디에 써야 할까.
오늘은 횡설수설, 나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렵고 물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