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 별건가요. 즐거우면 되지!
글 쓰는 사람들
“덕출아, 나중에 기억을 다 잃어도 이것만은 진짜 안 잊었으면 좋겠다. 심덕출 네가 발레 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꿈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마” – 나빌레라-
- 치매에 걸린 심덕출 할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너무 하고 싶었던 발레를 칠십이 넘은 나이에 시작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반대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쓰고 노력합니다.
꿈을 꾸기에 나이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꿈은 ‘직업’이었던 것 같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너무 나이 들어서 안 될 거야 라던지, 그동안 해왔던 것도 아닌데 네가 그걸 한다고? 하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허황된 꿈을 꾸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원래 하던 거나 잘 하자라는 생각이 컸었다. 공부해서 대학 가서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돈과 경력, 그리고 명예. 그것들이 나를 대변하고, 내 이름 석자 인쇄되어 있는 명함 한 장을 내밀면 그게 내가 얼마나 잘,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그런 것들을 내려놓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 찾아왔었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었다. 마치 내가 그동안 일구어 놓았던 인생이 모두 끝난 듯 헛헛했고, 내가 그간 쌓아온 경력들과 내 노력의 결과물들이 다 없어지는구나 하며 허탈했었다.
하지만 쉴 틈도 없이 새로운 할 거리를 선택했고, 좋아해서 시작한 베이킹이 어쩌다가 일이 되었다. 알음알음 집에서 클래스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내 공방을 내고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벽지로 공방을 꾸미고 빨간색 명함을 팠을 때, 나는 다시 일어선 것 같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명함 한 장이 나온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뿐, 이전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했다. 남들 듣기 좋게 사장님이지 사실은 혼자서 외롭고 힘든 시간들이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했기에 많은 부분을 포기해가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나는 수입도 딱 그 정도 선이었다.
자영업은 내가 노력한 만큼 수입을 얻게 되는 구조다.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정해진 ‘연봉’이란 것이 있는데, 아마 내가 회사생활을 지금까지 해왔었더라면 연봉은 불어나서 지금 내가 버는 수입의 배의 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를 그만두게 될 때쯤이면 퇴직금도 쌓이겠지. 지금보다 더 재산을 불릴 수 있었겠고 더 윤택하게 생활을 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내가 회사 생활을 10년 더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돈’ 말고는 그다지 후회하진 않는다. 나는 그 십 년 동안 아들을 키우며 소소하게 내 일을 하면서, 취미활동을 하면서 보다 밀착하여 가족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아이와 함께 하는 매일의 시간들에 최선을 다했다. 그 십여 년 동안 훌쩍 커버린 나의 아이와 30대를 다 보내버린 나와의 추억이, 관계들이 쌓여서 지금의 모자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런 시간들은 ‘돈’ 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나름 애쓰고 노력해서 이루어 낸 것들이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씩 헛헛하고 자괴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다른 것에 시선을 돌려보며 견뎌내곤 한다. 그저 내 일과 전혀 다른 분야의 무언가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거다. 내가 마치 베이킹을 취미로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에게 즐거움이 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요즘 함께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고 삶을 고민하고 서로를 토닥여주는 쓰담 멤버들과의 소통은 삶에서 적잖은 생동감을 느끼게 해 준다. 각자의 목표는 다 다르겠지만 글을 쓰려고 모인 사람들이고 글 속에 각자의 삶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풀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더욱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각자의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까. 시작했다면, 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꿈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말할 수 있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적절히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하고 맺고 끊는 것도 필요함을 배운다. 그게 나를 올바르게 컨트롤할 수 있는 방향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꿈이 뭐 별건가. 내가 즐거우면 되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즐기고 살아야겠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죽어서 후회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