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림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오늘은 아침부터 불편한 다리 치료를 위해 침을 맞고 피를 뽑고 왔다. 속이 체 끼 있는 듯 불편하여 약도 지어 왔다.
지난주부터 치료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걸을 수는 있으나 여전히 빨리 걷거나 달릴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 걸음이 빠른 나는 다리가 불편한 것을 망각하고 빠르게 걷거나 횡단보도의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고 냅다 뛰려다가 또 질끈 두 눈을 감고 통증을 참아야 했다.
거 참, 그동안 내 몸에게 참 친절하지 못했구나 싶었다. 내 몸에게 친절하기 위해 운동을 하다가 아파지게 된 다리가 안타까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친절하게 대하면 남도 친절하게 대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내가 한번 더 웃어주고 상냥하게 말해주면 그 사람도 언젠가 기분 좋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겠지 하면서 견뎌내곤 했다.
젊을 때에는 타인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할 말은 해야 했다. 이건 모두 나의 안위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가 아닌 ‘나’의 일을 하면서부터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의 결과는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부메랑 같은 법칙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20대 때처럼 내 기분과 내 논리대로 당돌하게 행동하기가 꺼려지고 최대한 성질을 죽이고 남에게 친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나는 내가 소중한 사람이기도 하니 나를 챙기기 위한 돌파구는 늘 마련해가면서 말이다.
미래의 불안감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을 만드는 것도 불편하기에 서로에게 친절하게 좋게,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가끔 주변에 보면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나를 챙기고 살아. 아이도 남편도 가족도 중요하긴 한데, 먼저 나를 챙기고 살아야 그들이 있어.
내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하고, 타인의 어떤 말과 행동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면, 버티기 힘들다고 말을 하거나 서서히 멀어지며 가까이 두지 말고 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그 편이 나도 이만치 살아오면서 겪어보니 나은 것 같더라… 내가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선에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너’를 챙기며 살았으면 좋겠어.”
오늘은 나에게 따듯한 커피 한 잔과 예쁜 케이크의 소소한 친절을 베풀고 싶었지만, 속이 불편해 참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예쁜 카페에서 좋은 대화와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나누었기에 그 순간을 생각하며 견딜 수 있다.
그리고 지난주보다는 가볍게 걸을 수 있게 된 다리를 만들어 주신 한방병원 의사 선생님의 친절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나를 돌봐야지, 그래!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나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친절을 주고받고 그러면서 우리의 관계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