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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r 30. 2022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퀸 아망, 빵 고르는 시간.



나는 책을 많이, 빨리 읽는 편이 못 된다. 나의 독서 습관은 한 권을 천천히 곱씹어 읽는다는 데에 있다. 문장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고, 그날의 감정들을 짧게 혹은 길게 글에 쏟아내는 그런 시간들이 오히려 나에게 맞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제목부터 끌리는 책을 선물 받아 읽기 시작했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이 책은 슬로우리딩 독서모임을 통해 소통하게 된 선량 작가님께서 직접 나를 생각해서 골라 선물해 주신 책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제목에서, 그리고 연한 베이지색 책 표지와 그림에서 구수한 빵내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먼저 읽으신 선량 작가님이 이 책을 보자마자 내 생각이 났다고, 베이킹과 일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준비하셨다고 내 두 손에 안겨주신 책이었다. 누군가가 나의 취향을 생각해서 나를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책 선물을 처음 받아보는 것 같다. 일면식도 없고 온라인에서 글쓰기 모임으로 소통하던 작가님으로부터의 선물이라니 나는 엄청난 감동을 받고 집에 와 책 첫 장을 펼쳤다.


프롤로그 P9~10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그 선택은 어렵기만 하고 나의 현실만이 두드러질 뿐입니다.
빵을 고르는 것처럼 나의 기분만이 중요하면 좋을 텐데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평생 모르겠는데 좋았던 순간만큼은 말할 수 있지 않나요?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빵집에서 내 목소리를 들으며 고른 빵 하나처럼, 작은 순간들이 결국은 내 삶의 방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때로는 입에 넣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이게 아니었는데, 실패했다.’
걱정 마세요. 우리에게는 마음에 드는 빵을 입에 넣은 기억이 분명히 있고, 인생에 제일가는 빵 맛을 아직은 맛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늘도 지인과의 모임에서 빵을 골랐다. 디저트를 고를 때마다 나는 지나칠 정도로 신중해 어렵다. 이 가격에 이 퀄리티의 디저트가 과연 괜찮을지, 오늘의 기분상 오늘 함께 마실 커피와 페어링 하기에 어떤 디저트가 어울릴지, 이 디저트를 여기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테스트 삼아 먹어볼까? 생각이 많아지게 되므로, 언제부턴가는 동행한 지인에게 디저트 선택권을 넘기기로 했다.


사실 오늘 고른 디저트들 중, 퀸 아망이 살짝 내 기대에 못 미쳤다. 바스러지는 패스츄리 느낌을 원했는데 왠지 뻑뻑했다. 문득 퀸 아망이 맛있었던 곳이 생각나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퀸 아망은 두툼한 패스츄리 느낌의 갈레트로, 윗면에 설탕을 뿌려 굽기 때문에 살짝 윗면은 단단하고 달달하며 속은 겹겹이 패스츄리 형태라고 보면 된다. 넙적한 스타일도 있지만 네 귀퉁이를 모아 접어 내추럴하게 버터를 감싸 구워낸 스타일도 있어서 둘 다 우리나라에서는 퀸 아망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윗면에 설탕을 발라 구워서 달달하지만 속까지 모두 달달하진 않기 때문에 적당한 당도로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따듯한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린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퀸 아망의 패스츄리는 결이 얇게 바스러지듯이 살아 있기를 바라는데, 그 느낌이 오늘은 아니었어서 아쉬웠던 것뿐.


나는 내 마음에 드는 퀸 아망을 입에 넣은 기억이 있었지만 사실, 그 퀸 아망이 모두에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기에 빵을 고르듯 인생도 선택의 연속인 것이기에, 그 선택에 대한 결과도 내가 책임지기에 좋았던 기억을 안고 또 도전하기에 삶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아마도 좋았던 기억의 퀸 아망을 찾아 조만간 그 카페를 찾아가겠지.


내 인생에 제일가는 빵 맛을 아직 맛보지 못한 것이라면, 앞으로 내 남은 인생에서 맛 볼 빵이 더 많다는 것이다.


여러 빵집을 다니며 빵 맛을 고루 보면서 나의 입맛에 맞는 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듯이, 삶도 마찬가지. 그때 그때의 내가 처한 상황과 함께하는 사람, 분위기와 페어링 하는 음료에 따라 내가 맛본 퀸 아망의 맛이 다르게 느껴지듯이, 순간의 좋았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또 새롭게 맞이할 삶을 찾아가고, 기대하는 재미도 있지 않나 싶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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