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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Apr 02. 2022

글을 쓰는 이유

소심한 출간 결심의 글


“에세이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대로, 경험한 만큼 쓰이는 것이 에세이다. 삶이 불러 주는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숙성시켰다가 작가의 손이 자연스레 받아쓰는 글이 에세이다.” – 에세이 만드는 법, 이연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책을 출간하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40줄이 되면서 삶을 버텨내기 위해, 잊혀져 가는 기억들을 붙잡고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SNS에 짧게 순간을 정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그때의 그 감정과 기억 속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사진 한 장으로는 말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내 글 속에 녹여내고 싶었다. 이 것이 바로 ‘에세이’라는 것도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뭐든지 꾸준히 하는 사람에겐 어떤 방법으로든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가 쓰는 이 글쓰기의 끝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다. 책 한 권은 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시작해서인지 오히려 편하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글 멘토분들을 만나고, 조언을 들어본 바에 의하면 나는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을 하면서 언젠가는 나만의 책을 내는 것도 목표로 삼아봐도 좋을 거란 결론에 이르렀다.


출간이라. 전혀 신경 써보지 않았던 분야였다. 물론 이전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의 일을 잠깐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간단한 입출고 업무와 약간의 일본어 번역 업무를 도왔을 뿐, 친구가 출판사 일에 매진하던 때, 도대체 왜 유명 연예인들조차도 책을 출간하려 하는 건지 잘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렇다. 나를 브랜딩 하는 길중 하나가 바로 ‘출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글 쓰는 사람들 속에 들어와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마흔이 되어 바라보게 된 삶의 내용들을 담은 글을 쓰고 싶기도 하고, 베이킹에 관련한 에세이를 쓰고 싶기도 하다. 솔직히 방향성을 어찌 잡아야 할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내가 출간을 목표로 맹렬하게 글쓰기를 하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이제 막 초보 글쓰기 하는 사람인지라 금세 녹다운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다.

그런데 최근, 내가 하는 본업인 베이킹에 관련한 책을 한 권은 내야 하나 고심하게 만든 계기가 생겼다.


새로운 강의처에서 의뢰가 들어와 베이킹 강의 출강을 나가게 되어 새로운 양식의 이력서를 받아보았다. 거기에는 출간 이력을 쓰는 칸이 존재했다. 머리에 뎅 하고 망치를 맞은 것 같았다. 13년째 하고 있는 이 일에 관한 강의 경력들, 행사 참여, 방송 출연 이력들까지 싹싹 긁어 모아 경력들을 적어 내려가고 강의계획서를 채워가는데, 비어있는 출간 이력 칸이 야속했다. 그래서 과감히 출간 이력 셀을 삭제해버리고 첨부, 발송 버튼을 눌렀다.


“에잇, 그깟 출간이 뭐라고…”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산을 넘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다. 그런데 때론 이렇게까지 해서 꼭 그걸 넘어야 하나, 싶을 때도 있고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은 동하다가 멈춘다. 출간 이력 셀을 삭제해서 보낸 이력서는 다른 경력들로 채워지긴 했지만, 살짝 기분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만약 책을 출간한다면, 나는 수업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들, 그날의 분위기와 수업을 짜고 고민하고 강의를 이뤄냈을 때의 뿌듯함 그리고 설레임. 이런 감정들을 담고 싶다. 또한 키즈베이킹 수업 준비를 하면서 어린 아들과 구상을 함께 했던 시간들, 재미있는 키즈베이킹 수업에 관한 책도 써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에세이처럼 흐르듯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구상을 좀 더 해야 하겠지. 그리고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넣고 싶다. 그러기에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더 글을 써 볼 생각이다.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 한 권이 나오게 되는 날이 온다면, 오늘, 이 글을 적었던 감정들을 향후 헤아려보기 위해 이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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