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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Apr 12. 2022

누구에게나 길은 있다.

'월든'속에서 사유하기

p26 과거에 해놓은 일만을 가지고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고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인간이 시도해 본 것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떤 실패를 했든 간에 “나의 아들아, 괴로워 말지니 네가 완수하지 못한 일에 대해 누가 너를 탓하겠느냐?”



p27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늘 얼마나 긴장한 채 살고 있는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다가 밤이 되면 마지못해 기도를 드리고는 자신을 불확실성에 맡겨버린다. 우리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현재의 생활을 신봉하고 살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어.” 하고 우리는 말한다. 그러나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다른 반경을 가진 원들을 그릴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다.


p45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할’ 그 무엇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그 무엇, 혹은 차라리 자기가 ‘되어야 할’ 그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요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오늘의 단상이 깊숙이 와닿아서 기록을 남겨본다.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이 일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이 분야를 해왔던 것도 아닌데 과연 한다고 나섰다가 괜히 손가락질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람인지라 늘 새로운 도전은 두렵고 걱정되고 설레면서도 벅차다. 애초에 내가 도전할만한 것이 아니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게 맞는 것일지. 과연 이 것을 함으로써 내가 무슨 이득을 얻는 건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전략을 짜고 계획적으로 고민하고 난 후 일을 시작한다면? 그런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세상 그게 안되더라.


소로우는 내 속을 들여다본 것 일까.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들이 이 ‘월든’ 책 속에 빼곡히 담겨있다.


 전공과 관련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취미로 하던 베이킹을 선택하고, 경력이 전무했던 시절, 처음 베이킹을 가르쳐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과연 내가 그럴만한 그릇인가? 난 비전공자 출신이고 좋아서 했을 뿐인데 내가 과연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것일까?” 하며 스스로 과거의 틀에 가둬두고 망설였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도전했다.


주위에는 온통 전공자 출신의 사람들이 10년 이상 갈고닦은 것들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나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고 배우고 혼자 터득하던 사람이었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오는 과정 동안 겪은 마음고생들은 적지 않게 있다. 나는 이 분야를 앞서 시작한 분들에 비해 늦었고, 도움받을 곳 없이 출산, 육아와 함께 병행하느라 나와 비슷하게 시작한 사람들보다도 더딘 성장을 이룬 듯해 보였으며,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취한 편도 아니었다. 비전공자 출신이니까 딱 그 정도겠지. 그런 선입견도 있었을 테고 동종업계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시선들도 있었겠고, 남을 신경 쓰다 보니 한도 끝도 없었다.


공방을 오픈하고 몇 달 후, 과감히 나는 동종업계 사람들을 찾아보는 행위를 멈췄다. 비교는 내려놓고 자신감을 갖고 내 것을 피력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애써왔다. 혼자 하다 보니 외로웠지만 ‘해야 할’ 것도 ‘되어야 할’ 사람도 다 내가 책임져야 했다.


‘선생님’ 하고 부르는 수강생들이 늘어날 때마다 책임감은 더 해지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었다.


 누군가가 “저는 지금 시작하면 늦지 않았냐”라고 묻는 이가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신은 오늘이 가장 젊고, 배움은 끝이 없어요. 자신감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라고 말이다. 내 공간을 거쳐갔던 많은 수강생 분들과 나눴던 이야기들이 오늘따라 머릿속에 맴돈다.


그녀들은, 그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때론 각자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함께 눈물짓기도 했었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웃고 격려해주었다. 집에서 나와 베이킹을 배우러 오는 그분들은 하나같이 본인이 업으로 하고 있는 것과 별개의 새로운 것을 선택하며 그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배움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오는 것이었다.


지금의 내가 기웃기웃 내 일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그런 감정들을 그분들도 느끼셨으려나.


우리는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때론 과거에 얽매여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지만 그게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결과에 대해 누가 누굴 탓할까. 우리에게 길은 얼마든지 있기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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