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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Apr 21. 2022

카이로스, 기회를 통해 나는 전문 베이킹강사가 되었다.

카이로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만나왔던 수많았던 기회들. 나는 그 수많은 기회를 선택할 순간이 다가왔을 때, 엄청난 고민 끝에 망설이다가 흘려버린 것도 있고, 그 기회를 선택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기회들은 내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충분한 교훈이 되었고 나만의 역사로 남게 되었다.


‘기회’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는 전문 베이킹 강사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8년 전 겨울, 베이킹 공방을 오픈하였다. 그로부터 1년 반 후 한 문화센터에서 출강 의뢰가 들어왔고 나는 망설였다. 내 공방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형태였고, 무겁게 재료들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내가 추구하는 밀착형 수업이 가능하므로 문화센터 강의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외부 출강을 한 두 타임씩 시작했다. 이게 시작이었을까..


어느 날, 인근 대형 쇼핑몰에 생길 문화센터에서 베이킹 강사를 찾고 있던 중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또 고민에 빠졌고, 일요일 강의를 부탁하셨기에 적잖게 당황했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철칙이 있었던 지라 망설였지만 강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남편을 설득했으며 출강을 시작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인근 문화센터들에서 출강 제안이 들어왔고, 나는 적정선에서 수업들을 해나갔다.


언젠가는 한 백화점에서 강의 의뢰가 왔는데 평일 저녁 타임이었다. 당시에는 어린 아들을 저녁에 맡길만한 가족이 없었기에, 그 강의 제안을 거절해야만 했다.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회인 것 같은데 속상해서 언니에게 전화해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언니는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아이를 위한 선택을 했으니 또 시간이 흐르면 어떤 기회가 올 거 라며 너무 낙심하지 말라 해주었다.


그때는 역시나 또, 내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몇 년 전, 나는 내 공방을 마무리하고 지금 이곳으로 이사했다. 지금은 사정 때문에 여전히 내 공방을 열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미지수이다. 이사를 올 때 그쪽에서 하던 외부 강의들을 다 내려놓고 단 한 군데 강의처만 유지한 채 넘어왔다. 일요일 강의였기에 멀어도 출강을 못할 상황 아니었다.


나는 이사와 팬더믹으로 내 일을 거의 할 수 없었기에 단 한 군데만 출강할 수 있어도 감사했고, 늘 그랬듯 성심 성의껏 강의를 했다. 팬더믹 기간 동안 나라의 권고대로 몇 달씩 폐강을 하면서 눈물도 많이 쏟았지만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기회라 생각했고, 그 기회는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당시 담당자님은 내가 멀리 이사한 것을 아시고 인근 지점 강사로 나를 추천해주셨다. 이 분이 타 지점으로 전근을 가게 되시면서 나를 추천하셨고, 타 지점에서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강의 의뢰들을 꾸준히 받게 되었다. 물론, 내 자력으로 이력서를 내서 얻은 곳들도 있었지만, 기회가 기회를 낳고 커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지금 나는 8군데 정도 지점에 출강 중인 전문 문화센터 베이킹 강사의 길을 가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기회’는 ‘사람’, ‘사람’이 바로 재산이었다. 인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내 일에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을 인정해주는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으며, 또한 기회가 왔을 때 내가 그 기회를 잡았기에 가능했다.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성격이기에 고민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일단 고! 해보는 정신도 필요했다.


평일 저녁 강의를 못하게 되었던 몇 년 전도 떠오른다. 기회가 사라지면 또 어떤 형태로든 기회가 온다고. 나는 이제 가족들이 가까이 사는 동네로 이사 왔고 아들도 많이 컸기에 평일 저녁 강의도 문제없이 출강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을 때에는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런데 때로는 일단 해보자!라는 도전 정신도 필요했다. 특별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 발 내딛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기회를 잡으라 하고 싶지도 않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기회를 잡고 꾸준히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기회가 오고 그 기회가 기회를 낳고 그 끝은 알 수 없다.


앞으로의 내가 궁금하다면 내 눈앞에 다가와있는 기회를 잡고, 일단 시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카이로스의 날개 달린 발처럼 멀리 날아가버리기 전에 내가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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