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슈 Apr 19. 2022

여행가방, 그 속에는.

다시 떠날 그날을 기다리며.


여행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떨린다. 가까운 곳을 여행하든,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든 여행은 늘 설레고 가슴 가득 무언가를 품고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에,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두근두근하다.


특히 과감히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숙소를 뒤져 적정한 곳을 찾았을 때의 희열, 그리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슬슬 짐을 챙길 때의 설레임. 그 준비과정은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즐겁다.


어떤 가방을 들고 갈까, 어떤 옷을 입을까. 신발은? 어떤 여행을 하게 되는지에 따라 여행가방, 옷, 신발의 형태가 달라지게 되므로 생각보다 신중히 준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두 남자들과 함께 여행이 시작되면서 의복과 가방 챙김은 대충대충이 되곤 했지만..


가족과 해외로 떠날 때에는 큰 캐리어를 한 두 개 준비한다. 혼자 떠난 해외여행은 회사 다닐 때 출장뿐이었어서, 준비하는 가방의 형태는 달랐다. 가족여행은 준비 자체가 다르기에, 오는 길에 가방 가득 현지의 물건들과 빨래를 담아올 생각에 큰 캐리어를 준비하곤 했다. 큰 캐리어 한 개, 작은 캐리어 한 개 정도면 가까운 나라 여행 시 우리 세 가족 며칠간의 짐으로 충분하곤 했다.


또한 가벼운 크로스백 하나에 돌돌 말면 주먹만 해지는 장바구니나 베낭을 꼭 넣는다. 여행 중 마음이 동해 급히 쇼핑하게 되었을 때 물건을 담기에 딱 좋고, 더워서 벗은 겉옷이나 소지품을 넣기에도 좋다.


결혼 전, 아니, 신혼 때만 해도 멋 부리기 위한 예쁜 샌들이나 모자, 근사한 레스토랑도 들를 테니 구두나 정장 원피스, 그에 맞는 가방도 챙겼다. 하지만 가족과 떠나는 여행길, 많이 걷는 여행자 가족에게 그런 것들은 사치였다.

간편한 운동화나 편한 크록스, 많이 걷고 땀이 많이 날 테니 잘 마르는 기능성  여벌 옷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여행을 다녔다. 각자의 짐은 각자가 든다는 철칙 아래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어 아이에게 일찍부터 자신의 소지품 넣을 가방을 직접 들게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여행 시 자신의 소지품을  직접 싸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싶어서도 있었다.


대여섯 살 아이의 베낭에는 좋아하는 레고 사람들과 책 한두권, 멋진 선글라스와 나침반, 좋아하는 칼 모양 열쇠고리, 약간의 군것질 거리등이 들어 있었다. 언젠가는 뭘 쌌나 보니 망원경도 있었고, 드라이버도 있었으며 거울이나 팽이, 스피너(빙글빙글 돌리는 장난감)도 존재했다. 이제는 늙수그레 커서인지 핸드폰과 물, 책 한 권 정도 그리고 물티슈가 들어있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 드라이버나 수첩도 발견된다.

소지품으로 아이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어서 웬만하면 가져가고 싶은 것을 챙기게 하지만, 책임은 본인이 지라고 말하곤 했다.


여전히 아이도 늘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나는 어릴 적 여행의 기억은 돈지랄,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논리에 반대한다.


경험은 기억을 남기고 기억은 추억을 남기고 반복된 경험은 점점 쌓여 삶의 밑거름이 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여행가방을 싸고 싶다. 현실을 살고 있는 오늘도 늘 여행을 꿈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약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