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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Oct 20. 2021

나의 글쓰기 연대기

일상의 기록이 글이 되기까지..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얼마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고 있을까? 자신의 마음을 글자로 적어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나는 가끔 갓 구운 베이커리들을 지인들에게 선물할 때, 아들에게 간단한 메모를 남길 때, 마음을 전하는 정도의 쪽지를 쓴다. 하지만 다양한 메신저나 카카오톡이 활성화되면서 직접 수기로 적는 편지나 쪽지는 점점 사라지게 되어 참 쓸쓸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글이라도 괜찮다. 일단 기록해 두면 언젠가는 점점 잊혀가는 기억들 속에서 내가 나를 추억할 수 있고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 가족이든 지인이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들을 글로 적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짐 정리를 하다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쪽지와 편지, 다이어리를 모아 놓은 상자를 발견했다. 스케줄과 생각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다이어리에는 당시에는 좋아했지만 다시 읽으니 오글거리는 문구들과 절절한 노래 가사들이 적혀있었다. 상자 속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정말 많은 양의 편지와 쪽지들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해외 펜팔을 엄청 열심히 했었던 지라 약 20여 개국 나라의 친구들로부터 받은 영어가 가득한 편지들도 한가득 있었다. 당시에 내가 이 많은 양만큼 편지를 썼으니 이만큼의 답장들을 받았을 텐데. 나는 도대체 무슨 글들을 썼을까. 내가 그들에게 썼던 글들은 지금, 편지를 받은 그들에게 폐기되지 않은 채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이렇게 보면 새삼 내가 글을 정말 오랫동안 썼던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점점 글과 멀어지게 된 시점은 종이와 연필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더 자주 사용하면서부터였다. 채팅으로 수다를 떨고 싸이월드에 지금 읽으면 낯간지러운 나의 심정들을 적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글을 진중히 써 내려가는 글과는 달랐다. 친한 친구들끼리 다음 카페를 만들어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소통을 했던 시절이 있었고, 시대는 빠르게 변하면서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을 통해 SNS에 끄적이는 정도가 내가 쓰는 글의 전부였다. 베이킹 공방을 운영하면서부터는 공방을 홍보하는 글과 먹음직스러운 디저트 사진들을 주로 올리는 정보전달 글 정도를 썼는데 이런 글쓰기도 연습이 되었던 것일까.    


 작년 한 해, 그리고 올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코로나로 인해 심하게 정체된 시간들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우울증도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방법을 열심히 찾아 극복하려는 사람인지라, 오랜 침체는 나에게 ‘독’이 됨을 잘 알고 있었다. 코로나라는 상황 자체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외부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SNS에 그날의 일상과 심정들을 적는 글을 좀 더 긴 호흡으로 적기 시작했다. 늘 헐레벌떡 바쁘게 살다가 일상의 순간들이 주는 생각들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은 아들의 육아 기록장이었던 옛날에 썼던 SNS의 글들을 보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장난스럽고 오만하고 철이 없는 문장들이란. 가끔 SNS상에서 몇 년 전 오늘의 사진과 글들이 떠오를 때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글이 빈약해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런 기록들 덕분에 그때를 추억하고 생각하며 그때의 감정들을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 역시 글은, 기록은 그만큼 중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매일 한 챕터씩 천천히 읽고 사유하고 자유롭게 짧은 단상을 글로 쓰는 모임에 가입했다. 한 챕터는 두 세장 정도였고, 무엇보다도 책에 달달한 디저트가 가득 나오니 흥미로워서 시작했었다. 무려 46일간 매일 한 챕터를 읽고, 그날의 감정들과 기분들에 따라 새로운 글들을 써 내려갔다. 짧게 적어도 되는데 뭐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매일매일 길어지는 문장들이 나도 참 신기했었다. 내가 쓴 글들을 보고 글이 좋다고 북돋아 주시는 글쓰기 모임의 인친님들의 댓글과 지인들이 남겨주는 응원의 글들이 작은 희망이 되었다. 그날의 감정들을 적어가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하는 시간들은 나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고 힘이 되었다. 이 모임을 이끌어주신 작가님은 활동이 끝난 후에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라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봐야지 하고 생각은 작년 말부터 시작했었던 것 같은데, 시도도 안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써뒀던 글을 다듬어 신청해 보았는데, 덜컥 붙어 버린 것이다.     


 나에게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하나 추가가 되니 얼떨떨하고 이게 이렇게 축하받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해도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묘한 감정에 젖어들었다. 앞으로 계속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았고, 쓰고 싶었고, 하지만 아직은 혼자서 글쓰기에 약간의 강제성과 규칙적인 습관이 필요할 듯하여 지금은 쓰기의 나날 모임을 통해 매주 글을 쓰고 있다.     


 솔직히 살면서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보지 않았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바를 내 문체로 개성 있게 표현해 내면 되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이 점은 읽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글쓰기 초보자의 이기적인 생각이기는 하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생각들을 적는 것이고 내 글이기에, 내 방식대로의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정성껏 쓴 글을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주는 그런 시간들이 요즘은 참 소중하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열정은 그동안 잘 몰랐던 새로운 분야에 첫 발을 내디딘 나에게는 다소 생소했지만 점점 그 열정을 닮고 싶어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그리고 그녀들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직 나는 아직 햇병아리 글 쓰는 사람이지만 많이 읽고 생각하고, 많이 쓰는 사람이 되어 보다 정신적으로 풍성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동안 글을 쓰는 행위가 주는 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글을 쓰면서 치유를 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작년부터 갖게 되었던 적잖은 코로나 블루로 인한 스트레스들이 혹시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적어내면서 저절로 치유가 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도 열심히 나만의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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