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슈 Apr 28. 2022

아들아, 온새미로 즐기며 성장하기를.

아들 엄마



“순우리말, 온새미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김새 그대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나는 내 아이를 온새미로,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한다. 어릴 때부터 또래에 비해 체격도 크고 사고도 늙수구레 했던 녀석인지라,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 사춘기가 빨리 올 거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아들이 말 수도 적고 대답도 바로 안 나오고, 사춘기가 온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조심스레 연락을 하는 일부 학원 선생님들도 있다.


나는 아이가 그러는 이유를 안다. 매일매일 아이와의 이런저런 대화들을 통해, 아이가 그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는 그저 잘 들어주고 소통해주며 가능한 선에서 길잡이를 해주고 갈무리해주고, 아이가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시간이 걸릴 지언 정,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회는 이런 성향의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단정 짓는 선생님도 있고, 단체를 이끄는 데 있어 불편한 존재를 덜 불편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적당한 말들로 덮어 표현하기도 한다.


내 아들의 타인에 대한 무뚝뚝함은 부끄럽고 낯설어서이며, 생각이 많고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는 이유는 생각의 정리를 꼼꼼히 하고 내뱉으려다 보니, 늘 기다려 줄 수 없으니 기회는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융통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려도 끝까지 꼼꼼히 마무리하려는 성실한 아이이기에 나는 이 점을 더 칭찬하고, 하지만 부족한 점들도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하루 만에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안다. 타고난 기질도 무시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또래 아이들과의 대화를 할 때 자신이 좋아하고 빠져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 나눌 친구가 주위에 없어서, 밖에서는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더 이상 나누지 않았고, 그런 대화들을 주로 엄마에게 쏟아냈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과학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문과 엄마인지라 나 역시도 아이를 이런저런 과학 관련 수업과 책을 접하게 해 주고, 과학관 박물관들을 데리고 다니며 엄마의 무지함과 아들의 호기심의 간극을 좁혀가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아들과 지내면서 대화거리가 고갈될 일은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교묘하게 그런 것들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면 아이는 즐거워 두 눈이 반짝이며 아는 것들을 늘어놓고, 엄마에게 문제를 내며 왜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나는 그런 아이의 핀잔도 달게 받는다. 그리고 엄마도 사람이라 다 기억을 못 한다면서 애써 무지함을 감추며 그러니까 가르쳐 달라고 하면 아이는 신나게 설명을 거듭해준다.


아이는 온새미로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좋아하고 있고, 앞으로도 즐기며 성장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내 피부에서 큰 각질이 떨어졌는데,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아들에게 현미경으로 볼래? 그러니 득달같이 들고 나와 관찰하더니 자기 이거 각질 껍질 가져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내 각질을 소중히 보관하던 녀석...

후 내 손등 팔뚝 비교해보더니


"엄마 각질이 너무 많네.. 표면 보실래요?" 


보습을 해도 나이가 드니 쩍쩍 갈라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고교시절 , 좋아하는 것에 열광했던 그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