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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y 13. 2022

시험 트라우마 극복, 자신감!

불안했던 순간들


어릴 적 시험을 앞두면 늘 배탈이 났다. 평소 열심히 한다고 하는 노력파인데도 불구하고 학교와 학원, 과외 숙제 등을 하고 독서실에 가는 하루의 빡빡한 일정은 매일 뇌가 살아 숨 쉬긴 하는 건가 싶었다.


 중간 기말고사 때엔 몰아서 벼락치기를 하는 비 주요 과목들이 있었고, 이런 과목 시험을 볼 때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나를 경험했다. 그렇게 준비가 덜 된 채로 시험장에 가면 결과는 역시 뻔했다. 평소에 열심히 하던 것과 열심히 못했던 것의 결과는 극명하게 그대로 드러났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지라 한번 휘 책을 보고 외워지는 것도 아니었고, 나는 그저 늘 꾸준히 준비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느꼈다.

준비되지 않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 그 불안감은 늘 배탈로 나타났고, 시험날 아침은 어김없이 설사를 했다. 그래서 늘 시험 전날과 아침에는 음식을 먹는데 조심했다.


 그 트라우마는 이상하게도 성인이 된 후 토익 시험을 보러 가서도, 입사 면접을 치를 때에도 나타났다. 없어질 만도 한데 신경을 쓰다 보니 엉뚱하게 몸이 이상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증상이 멈췄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시험날 아침 아픈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첫 직장에 입사해 6년여간 근무를 하고 조심스레 회사 몰래 이직을 준비했던 때, 경력직 면접시험을 여러 군데 보러 다녔다. 신입사원 면접과는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 실무에 뛰어들 사람을 원하는 실무자와의 면접은 훨씬 더 구체적이었지만 오히려 면접관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덕분에 긴장감은 한 스푼 덜고, 그간의 경력에 대해 자신감 있게 스피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맞지 않아 그런 면접들의 결과는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말이다.


당차게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 이런 ‘시험’의 시간들은 자꾸 나를 자극하면서 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제과제빵 시험을 치르러 갔던 날도 생각난다. 특히 실기시험은 엄청나게 떨리고 부담스러웠는데 아무리 레시피대로 한다 한들, ‘요리’, ‘베이킹’ 같은 결과물에는 만든 이의 색깔이 묻어날 수 있고 손끝에서 우러나오는 ‘손맛’에는 미묘한 차이와 과정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물뿐만 아니라 진행 과정도 놓칠세라 하나하나 체크하는 감독관의 예리한 눈길을 받으며 실기시험을 보는데, 어느 정도는 실기시험 감독의 기준들이 너무 형식적이지 않나 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시험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본 바, 시험날의 트라우마였던 ‘배탈’을 이겨낸 해결책은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어릴 때에는 못하던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덜 하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과거의 나보다는 살아오며 겪었던 상황들과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은 더 당당히 자신감을 장착한 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나를 열심히 보여주기 위한 표현의 한 수단으로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물을 받아보았을 때, 합격 불합격 점수를 떠나서 과정 자체를 즐기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로 '너'는 꽤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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