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힐링타임, 달보드레 생크림 케이크 만들기
베이킹 시간
달보드레 : 달달하고 부드럽다는 순우리말을 넣어 글을 써 봅니다.
위잉 위잉 달걀에 설탕을 넣고 풍성하게 휘핑하며 반죽의 부피감을 올려준다. 보들보들 가볍고 폭신해 보이는 반죽에 새하얀 밀가루를 탁탁 체쳐 넣고 주걱으로 고르게 뭉침 없이 섞어준다.
미리 녹여 두었던 버터와 우유를 가라앉는 반죽이 없도록 재빠르게 섞어 원형 팬에 부어주고, 달궈진 오븐에 넣고 굽기 시작한다. 다 구워진 제누아즈(케이크 시트)는 재빠르게 팬에서 분리해 뒤집어 식히다가 한 김 나가면 다시 뒤집어 식힌다. 다 식은 제누아즈는 위생비닐에 싸서 잘 묶어 하루 정도 실온 숙성을 거친다.
전날 미리 구워놓은 제누아즈를 꺼내 조심조심 슬라이스를 한다. 세 장정도가 필요하다. 가지런히 잘라진 제누아즈는 보들보들 야들야들 달보드레하다.
보울에 새하얀 생크림을 붓고 설탕을 넣어준다. 윙윙 핸드믹서로 믹싱을 시작하면 어느새 엉겨가는 생크림. 달보드레한 새하얀 생크림이다.
케이크 돌림판을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한 장 한 장 생크림을 부드럽게 펴 발라 매끈한 생크림 케이크를 완성한다.
케이크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나에게 힐링 그 자체이다. 케이크 주문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때에도, 케이크 위에 복잡한 그림과 글씨를 그려달라는 고객의 요청에도, 마치 새로운 도전 과제를 받은 학생처럼 신선한 자극이라 생각되어 즐겁게 작업을 하곤 했었다.
케이크 하나하나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내가 만들고 있는 이 하나의 케이크는 나를 일부러 찾아주신 고객님들이 나를 믿고 맡긴 소중한 행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행사의 주인공을 겉보기엔 예쁜데 제누아즈나 크림의 맛이 별로인 것도 용납할 수 없고, 겉과 속이 고루 균형 잡힌 완성도 있는 케이크를 내드리고 싶어서 제누아즈와 크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했던 것 같다.
요즘은 강의 때 말곤 가끔 가족 행사나 선물할 때에 주로 케이크를 만들곤 하는데, 여전히 달보드레한 생크림을 스패츌러로 펴 바를 때의 손끝에 느껴지는 크림의 부드러운 느낌과 완성된 케이크를 봤을 때의 희열과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턴테이블 돌리듯 돌돌 돌아가는 케이크 돌림판 위에서 완성되는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 케이크를 만드는 모든 과정들은 설렘이며, 나에게 힐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