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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Nov 17. 2021

핼러윈 시즌에는 아이싱쿠키를 만듭니다.

아이싱쿠키는 고된 작업이다?!

        

 핼러윈, 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   


 

 우리나라는 언젠가부터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혔는데,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내가 20대였던 2000년대만 해도 핼러윈 시즌에 클럽과 술집에서 파티를 즐기는 문화는 흔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마 내가 클럽을 드나들던 파티걸이 아니어서 몰랐던 것이려나. 적어도 서울에서 평범한 20대를 보냈던 나에게 핼러윈은 외국의 명절 중 하루 일 뿐, 외국영화에서나 보는 그런 날일 뿐, 나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날이기도 했다. 

 적어도 베이킹 일을 하기 전까지는.    


 베이킹하는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달력을 보지 않아도 핼러윈 시즌이 다가온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10월 초가 되면 개인이나 회사, 단체에서 내가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려둔  핼러윈 아이싱쿠키 작업물을 보시고는 주문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베이킹을 시작하면서 아이싱쿠키 만들기에 재미를 붙이던 때, 매 해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쭈그린 자세와 거북목으로, 하지만 섬세한 손길로 쿠키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였다. 


 밀려들어오는 핼러윈 쿠키 주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쿠키 도우를 반죽하고 숙성 후 쿠키를 굽고 식혀 신선한 상태의 쿠키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장시간 말린 후 정성껏 포장을 하고 스티커를 붙이면 완성되는 것이 바로 아이싱쿠키다.    


 아이싱이란 설탕을 녹여서 막을 씌운다는 의미가 있다. 케이크나 쿠키와 같은 과자류에 마무리 재료를 바른다는 의미로써 케이크에 바르거나 장식하는 설탕 크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케이크 위에 크림을 바르는 공정도 아이싱이라고 하고, 쿠키 위에 설탕 반죽을 올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이싱쿠키라고 한다. 내가 쓰는 아이싱 반죽은 ‘로열 아이싱’이라고 부르는데, 슈가파우더, 달걀흰자, 레몬즙으로 만들어낸다. 요즘은 흰자 난백 가루를 사용해서 좀 더 편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싱 반죽 만드는 법을 설명해볼까 한다.

 달걀흰자를 뽀얗게 휘퍼기로 휘핑하여 단단한 머랭을 완성한다. 적당량의 슈가파우더를 넣고 잘 섞어주다가 레몬즙을 넣고 섞어 매끈하고 걸쭉한 아이싱 반죽을 완성한다. 아이싱 반죽 완성단계에서는 내가 그려내려는 아이싱 디자인에 따라 농도를 조절해서 묽게 혹은 걸쭉하게 농도를 맞춘 후 색소를 섞어가며 원하는 컬러를 조색해 짤주머니에 반죽을 넣으면 아이싱 반죽 만들기는 완성이다. 그다음에는 구워진 쿠키 위에 섬세하게 그림을 그려 넣음 된다.    


 그림을 그려 넣을 때에는 셰프만의 소소한 팁들을 풀어내게 된다. 이런 팁들은 주로 아이싱쿠키 강의할 때에 풀어내는데, 아이싱 반죽으로 전체 면을 덮고 싶을 때에는 테두리를 먼저 그린 후 그 안에 반죽을 듬뿍 짜서 이쑤시개로 채우는 식으로 색을 채운다. 또 다른 색을 기존에 색을 올린 반죽과 경계선이 맞닿게 채워야 한다면, 기존 반죽이 완전히 마른 후 다른 색을 올려야 번짐 없이 깔끔하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색 반죽을 올린다면 서로 번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아이싱쿠키는 아이싱을 할 때에도 첫 번째 색을 입힌 후 몇 시간의 기다림, 또 다음 색을 입히고 난 후 기다림, 그리고 또 입힐 색이 있다면 또 한 번의 인내의 시간을 거친 후 온전히 마르기까지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아주 고된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싱쿠키는 왜 쿠키 하나가 이리 비싸냐고 반문하기 전에, 이 쿠키 위의 그림 위에 몇 가지의 색상이 올려졌는지에 따라 엄청난 시간이 걸렸겠구나, 디테일하면 할수록 섬세한 작업을 하기 위해 파티시에가 엄청난 수고를 했겠구나, 생각한다면 쿠키 한 개의 가격이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을까 싶다.    


 아이싱쿠키를 주문받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보관방법이다. 냉장 보관하나요? 더운 여름철이면 실온에 두면 녹지 않을까요?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두 가지이다.    


 아이싱쿠키는 실온 보관이 좋기는 하다. 냉장보관을 하거나 찬 곳에 두면 습기가 차면서 아이싱을 올린 그림의 색소가 번져서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더워서 녹을까 싶어 하시는 고객님들도 종종 계셨는데, 아이싱 반죽을 올려 굳힌 것이기 때문에 온도 때문에 녹을 일은 전혀 없다. 즉 아이싱쿠키 비롯 쿠키류는 실온 보관, 혹은 습기에 취약하기에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면 좋겠다. 


 올해에도 소소하게 지인들에게 보낼 핼러윈 아이싱쿠키 작업을 마쳤다. 물론 올해는 문화센터 강의들이 늘어나서 쿠키 작업보다는 핼러윈 베이킹 수업 준비로 더 바쁘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 특이했던 점은, 근처에 사는 중학생 조카가 이모 핼러윈 쿠키 너무 예쁘다고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점이다. 중학교에 가서 친해진 친구들에게 나눠줄 거라며 신중하게 쿠키 종류를 고르고 자기 용돈으로 핼러윈 쿠키 값을 내고 있는 조카의 모습을 보니 많이 컸다 싶었다, 친구들한테 쿠키를 선물하고 난 후, 중학생 친구들이 내가 만든 핼러윈 쿠키들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담은 후기 사진까지 보내주는 조카다. 나의 첫 조카가 이모가 주는 디저트들만 잘 먹는 줄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이모 쿠키를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감회가 새로웠다.    


중학생 친구들 폰에 저장되고 있는 나의 핼러윈 아이싱쿠키들.^^

 매년 핼러윈이 임박하게 되면 밤늦은 시간까지 공방 문을 잠그고 열심히 핼러윈 아이싱쿠키 작업을 했었다. 작업실은 혼자 쓰기에 넓었고, 작업대도 넓어서 참 편리했고 좋았던 내 첫 공간이었다. 핼러윈 아이싱쿠키를 만들어 납품했던 호텔도 있었고, 기업 단체선물, 개인고객님들이 주고받는 선물 등 다양한 주문 작업들을 해내고 업체들과 고객들을 컨텍하면서 나는 또 한 번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고 다시금 넓은 세상이 존재함을 알았다. 


 핼러윈 시즌이 끝나고 나면 빼빼로 시즌, 그리고 또 크리스마스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베이킹하는 사람들에게 최고로 바쁜 가을 겨울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싱쿠키를 만드는 고된 일. 그래도 재미있어서 하는 일. 매년 시즌 때마다 설레는 일. 베이킹하는 일을 계속하는 한 꾸준히 하고 싶은 작업, 바로 시즌 때마다 아이싱쿠키 만드는 일이다.



매년 만들고 있는 할로윈아이싱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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