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가 글쓰기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그냥 책 읽고 머릿속에 담으면 되는 거지 뭐, 좋은 일 한다고 안 돌아가는 기계에 구리스 치고 철거덕 소리도 들어가며 눈도 질끈 감는단 말인가? 때론 아는 것이 너무 없는 내가 아는 척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 당치 않은 꼴이라니...
현실은 언제나 먼 고향을 상상하는 것 같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양갈래 길은 형체도 태도도 모두 어리석은 불만이고 행복하지 않았다. 정여울 작가는 말한다. 나의 상처를 들어내고 나만을 소재로 하는 글쓰기는 안된다고 그런데 나는 경험한 일을 글감으로 써잭기니 내 구린내가 폴폴 나는 것만 같아 힘이 빠진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글쓰기를 해보려고 노력하라는데,
딸과의 소통도 언제나 말썽이다. 부지런히 써보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딸은 무조건 쓰면 된 다한다. 개발 새발 막무간에 쓰다 보면 모자라는 지식도 쑥쑥 자라는 개망초도 되고 그 사이에 절로 피는 보랏빛의 제비꽃도 된다고 이제 그만 핑계 대고 쓰란다. 쓰고 또 쓰라고 한다. 딸애의 속 깊은 사랑을 간섭이라 여기는 나는 바보다!
전화를 했다. **구청 평생학습지원과에 재능기부 신청을 하려고 나는 sns를 몽땅 뒤졌다. 한겨레신문의 한 코너에서 알게 된 '서로서로 학교'를 찾아보고 취재한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글쓰기 강의를 하고 싶어서다. 책 한 권 내놓지 못한 불초한 소생이지만 두드리면 열린다는 성경말씀을 의지해본다.
나는 무엇을 할 때가 행복할까? 그건 어디로 도착할지 모르는 미지속의 마음의 흐름 아닐까? 막연하게 그 언젠가 꾸었던, 그러니까 빨간 대문 앞에서 서울로 돈 벌러 갔다던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다 낮잠에 빠졌던, 영국의 소설가인 톨킨의 책 '반지의 제왕'프로도와 정원사 샘 와이즈와의 우정을 가질 때, 먼 지평선 위에서 굽이 굽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때 느끼는 평정함일 때, 아니다 그것은 아니다. 엉뚱하지만 불확실할 때 생기는 은밀한 불안!
나는 불안해하고 이후 압박하며 글쓰기에 초라한 무지를 인정하고 흔들리더라도 두 다리로 힘을 줄 것이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설렘, 그리고 이 망설임은 얼마나 행복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