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엄청나게 넓다. 작은 개울에서 골골 골골 노래한다. 개울은 아주 작다. 개울을 빙 돌아치고 쪽 뻗은 골짜기로 오르면 할머니 집이다.
내 다리와 허리 밑으로 차오르지 못하게 징검다리를 묻었다. 나무 판때기와 가마니로 막아 단단하다. 튼튼한 다리였다.
나는 할머니에게 보이며 함께 건넜다. 나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시고 한 숨을 쉬신다.
나뭇잎과 풀잎 사이로 커다란 물고기는 놀고, 손으로 떠 담아 물푸리채에 넣었다. 하얀 물보라가 얼굴을 휘감고 다리사이로 흥과 동생들의 저지레까지 신이 난다. 물고기가 퍼덕댄다. 힘도 좋다.
손수레에 실은 물푸리채와 텃밭에서 거둔 야채가 할머니를 시장으로 모시고 우리는 천방지축으로 숲에 질주한다. 시장에 팔러 간 물고기가 퍼덕대기를 멈추고 콩 대도 스러질 무렵 땅거미도 누었다.
나는 숲 입구부터 조롱이 죽 이어진 옥수수 밭으로 숨어든다. 우리는 옥수숫대를 꺾어 허기를 달래고, 숨바꼭질 하고, 낄낄댄다. 풀숲 끝에 덩그러니 누워 "니들을 두고 서울로 갔다" 하던 울렁임에 옥수수 물이 괴고 눈시울이 뜨겁다. 뭔지 모를 서러움이 타고 풀내음도 마구 탄다.
숲에서 주어온 밤을 아궁이에 구워 먹고도, 까만 밤이 길을 헤쳐도 덧문 사이로 호치는 바람만 분다.
기다림에 지쳐버린 어린것들은 잠이 들었다. 싸아한 공기가 덧칠에 지칠 때에 서야 무명치마를 휘적이며 날아들 듯 할머니는 돌아오셨다. 온몸에 환한 달빛을 묻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