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는 S병원 병실이다. 먼 친척의 영옥언니는 이질을 앓다 하루만에 죽어나갔다. 그러니까 어제 오후에 까무룩히 시들대다 이곳에 온게 오늘이다. 천애고아인 언니를 우리집에 한식구로 나보다 대여섯 살이 많다. 영옥언니는 나와 동생의 머리를 양갈래로 따주고 할머니가 장사를 나가시면 집안소지도 하고 김이 모락대는 도시락도 가끔은 학교에 가져다 주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영옥언니는 그제사 꽃단장을 하고 학교에 간다. 아버지가 선생님으로 계신 공민학교에 학생이다. 단발머리에 흰카라가 단정한 여고생이다.
나와 할머니는 울음을 삼키며 영옥언니를 영안실로 떠나 보냈다. 언니의 몸뚱이는 흰색천으로 덮혀졌다. 검은제복을 입은 아저씨들에게 언니를 내어주고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있다.
허둥대며 아버지가 병실로 들어오시며 간호사더러 영안실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쇠꼭지로 문을 다 채웠고 그곳엔 근무자외엔 갈 수 없어요." 하고 간호사는 톡 쏘아 말했다. "영옥언니 혼자서 있는데 문짝을 채우다니요?" 하며 나는 울음섞인 말을 했다. 아버지도 "어케 한번 볼 수 없갔는지요?" 간호사는 채근하는 우리가 마냥 못마땅한지 더욱 쌩하게 무시하는 얼굴빛이다.
누가 그랬던가? 백의의 천사라... 간호사의 황망하고 건방진 눈짓 그리고 경하고 쌀쌀한 말투는 아버지와 내 할머니를 죽은 영옥언니를 가슴에 묻을 촌각도 허락하지 않는단 말인가. 몰인정한 과학문명의 단면이더란 말인가. 허 참..내가 슬퍼하는 인정속에 숨기워야 하는가. 부당하단 말밖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나는 간호사 나빴다 하며 다신 병원 오지 말자며 할머니손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과학적냉정이 밉고 바쁜 병원 처세가 인정을 먹어버려 화도 났다.
아직도 내손엔 따뜻한 온기가 남은 영옥언니의 쉐타가 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