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길

by 여비

그 애와 나는 좁다란 골목길을 마주보는 집에 살았다. 골목길 양옆에는 커다란 철둑길이 검정고무줄처럼 늘어져 있다. 더운 여름 한낮의 나름함이 마냥 한가한 울집 복슬이가 한대잠을 자는듯 하다.


철둑너머 너른 공터에는 코스모스가 철도국 사무실을 끼고 끝도없이 피어 있다. 나는 코스모스길을 걷는다.

간밤에 보낸 핑크빛 쪽지는 그애에게 전해졌는지 궁금하다.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출 때 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

달빛이 샘물에 어릴 때 나는 그대를 생각하노라.' 억지로 구겨넣은 영어단어보다 오글거린다. 그애의 검은 교복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목춤이 탄다. 오고 가는 학교 등교길에 살짝이 훔쳐본 안경너머엔 무거운 느낌이 착찹하다. 모범생의 옷맵씨는 자꾸만 숨어 들어가는 내 마음을 모래로 만들고 얼굴이 달아 온다. 낯빛이 부끄러워 스치는 바람에 춤바람이 되었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교복은 반듯한 내마음을 다칠까 양갈래 땋은 머리로 옹져맸다. 철뚝너머로 하늘 하늘한 꽃잎은 가날프고 어설픈 내 마음을 아는지 손짓을 한다. 하늘 닮은 코스모스 길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 애의 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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