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로 서울을 떠나 나갈일이 1년이면 대여섯번 있다. 그럴때면 나는 국도를 탄다. 고속도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거침없이 달겨드는 속,탈,주 때문에 차선을 선택했다. 거기에는 오직 빨리가는 '속도' 와 도착의 '목적'만이 있어서다.
해야만 할일에는 타성이 붙어 신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이라면 신바람이 나고 일의 효율도 배가된다. 생각의 전환이 다른 것 일까?
남편은 운전대만 잡으면 괴물이 되어 옆좌석에 앉은 나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평상심이란 찾을 수가 없고 좁은 땅덩이를 저,혼자 독점하려는 듯 이기심으로 차올라 폭언도 마다 않는다. 그때마다 나는 막히지 않는 국도를 추천하고 설득을 하지만 막무가내다. 오고 가는 길을 여행이라 치면 느리면 어떻고 처지면 어떤가 말이다. 저마다 광속도로 내달리기 대회를 한다.
구비 구비 오고 가는 길에 스쳐가는 바람을 맞는다. 이곳 아산단지에도 신문물이 넘쳐 깔끔하게 정돈된 흰색의 경계선이 배를 깔고 앉아있다. 곡선길은 구부정한 어르신의 허리를 본받은듯하고 정겨움과 여유가 넘친다. 외딴집 마당입구까지 타오른 까만 아스팔트 포장길이 우뚝 멈춰 아쉬웁지만 울과 담을 경계치 않아 다정히 안고있는듯하다.
길을 건너 읍내로 가자면 4차선의 도로가 선진국의 표상이고 산업화의 산물로 씩씩하다.
길을 걷는다. 개울엔 해오라기들이 날고, 만개한 쩔쭉이 축제의 향기로 어우러 흔들리는 들꽃과 춤을 춘다. 호젓한 분위기에 서정이 올라 절로 시인이 되고 더듬거리다 잊은 어젯밤 글귀를 읖조린다.
처음부터 길인 곳이 어디 있을까? 산길도 사람이 많이 타다보면 길이되고, 처음딛는 수고로움이 길닦이지.. 지나는 발길이 늘어나면 길처럼 여겨지듯 우리네 생각들도 긍정의 한소끔이 모여 '정직'이 되는 것을..
호젓한 시골길을 벗삼아 거친사위를 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