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

by 여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딸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이 커서를 지금 누르나? 방금 써 놓은 글자가 도망갔네!" 성격이 급한 나는 톤을 높이며 다그친다. "이렇게 여기를 눌러. 마음을 편히 갖고. 그렇지, 엄마도 이젠 프로예요!" "그래? 정말 내가 그렇다고?"


나를 인정해주는 딸애가 컴퓨터 주눅증을 서서히 녹여 준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한다. "이럴 때만 그런 게 아냐, 달리 생각해보고 모르면 또 물어봐요." 다독이는 부드러운 말에 한 번 더 꼼꼼히 생각해본다.



글쓰기 수업도 딸애가 권해서 하게 됐고 브런치 북 응모도 함께 했다. 내가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준 것도 브런치 글을 받아 보고 있다는 것도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도 딸애는 무심히 넘기지 않았다. 제 각각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 이, 조그만 관심과 신뢰의 마음 그리고 용기가 나를 쓰게 했다. 쭈물대며 컴퓨터 앞에 앉아 독수리타법으로 툭탁대면 "수고 많아요, 울 마미 파이팅!" 격려의 찬사를 날린다. 가끔 젊은 감각을 담은 정보 팁도 주고 이슈의 흐름과 요즘 대세까지 함께 공유한다.



딸애는 심리상담과 신경정신과 약을 받아먹는다. 약 2년이 되었고 지금은 아주 경미한 상태이다. 엄마인 나는 이런 딸애의 정신상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사사건건 언쟁을 하고 심지어 독립을 해 버렸다. 급진적인 공황장애로 응급실에 실려 가던 날엔 나의 못남과 자학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만 싶었다. 소통의 부재로 항상 불안한 마음을 안고 정서가 오르내림에 두서없이 갈팡질팡 우왕좌왕이 되었다. 우연히 글쓰기 수업을 권하게 된 딸에게 우선 고마움을 전한다. 얼굴을 보고 고맙다 하기엔 부끄러워 대신 이곳을 택해본다. 나의 부족한 컴퓨터를 함께 두드리며 차분하게 일러주고 털끝만큼의 격려 또한 뭐라 말을 해야 하나.. 특히나 짧은 배움을 보충한 딸애의 어휘력 메모집, 구체적인 표현법은 어떤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선생님이다. 이렇게 함께 소통하고 배우며 글쓰기를 하니 딸애가 좋아졌다. 사실 딸애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말도 섞기 싫을 때가 많았고 한 집에서 그림자 취급도 했더랬다. 동시에 화장실에 가야 할 때면 서로 외면을 하고 간식을 찾아 냉장고 문을 열고 싶을 때도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눈치도 보았다.



딸애가 좋아지기 시작하니 우선 말을 트고 외식메뉴도 같이 짜고 외출도 함께 했다. 2주에 한 번씩 가는 병원도 함께 갔다. 동행길에 맛난 떡볶이도 사 먹고 백화점 쇼핑과 책방 나들이도 함께 한다. 누가 그랬더라, 부모와 자식관계 그러니까 가족은 의리로 산다고.. 하지만 딸애와 글쓰기로 함께 소통하고 배우니 내게 용기 준 좋은 관계는 덤으로 얻었다.









작가의 이전글시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