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맞았다

마음을 도둑맞은 이야기

by 여비

남편은 동업으로 조그마한 오디오 매장을 운영하고 나는 집에서 부업을 했다. 꼼꼼하고 찬찬한 성격으로 그럭저럭 밥은 먹고살만했다. 하지만 뭐가 잘못되었는지 하던 매장을 접고 새로운 직장을 구해 막막한 현실로 입성했다.

직장을 따라 이사도 했는데 결혼생활 1년 만에 3번째다.

2층 집에서 주인집 마당을 내려다보면 마당 가운데에 비단잉어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느릿하게 노니는 모습이 마냥 행복한 내 신혼생활을 한층 포근이 했고, 방 2칸 사이에 벽장 가득 아가씨 시절 모아둔 책들과의 눈 맞춤도 이젠 더 할 수 없고...

주인집의 사업실패로 이사를 들어와서도 한참이 지난 잔금을 받으러 은행을 다녀와서 계단을 3칸을 내딛는 그 순간에 열린 문을 보고 도둑을 맞았구나 생각했다. 좁은 1칸 방 겸, 거실에 헝클어진 이불과 아기 요대기 위 모빌 차양은 무슨 영문인지도 알 수 없는 내 뒤숭숭한 맘을 치달았다. 등에 업힌 딸애를 추스르고 남편에게 눈물 석인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고만고만한 살림규모가 비슷한 종열을 맞춘듯한 다세대주택이었는데 내 집뿐이 아닌 반지층 4집 모두를 토네이도처럼 쓸어갔다. 우리 집 옆에 충남 슈퍼 주인아저씨는 주인집과 연결돼있는 현관 앞에 놓인 봉고 짐차를 보고 우리 집이 이사를 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경찰서에서 국립과학수사팀도 보내고 흰 장갑을 끼고 연실 돌아치시는 형사분들이 들락거리고 옆집 소희네는 국민학교 학교 앞에서 뽑기로 뽑은 가짜 진주 목걸이도 가져갔다 하고 아우성들이다. 나는야 뭐, 남편 하던 일도 접고 근근한 살림이니 가져갈 것이 없었지만 경대 위에 놓고 모차르트 자장가를 틀어대던 카세트를 도둑맞았다.

새롭게 시작해보려고 가게도 처분하고 비록 내 집은 아니었지만 2층에서 홍차 색의 노을빛을 지붕 삼아 초록 잔디도 바라보았던 시간들이 허무로 다가왔다. 도둑맞은 카세트보다 쥐고 있던 내 일상들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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