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는 사람이다

by 여비


나는 기억력이 좋다. 때로 순간의 깜박거림은 덤벙대는 기질이라 조금은 그렇다.

국민학교때,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몇 반이었고 담임선생님 그리고 짝꿍까지 거의 기억한다. 방통대 계절학기에는 어색한 실수로 남의 교실에서 수업도 듣고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렇듯 기억력이 좋아 글쓰기 할 때 메모해둔 단문들, 꼭 쓰고 싶었던 멋드러진 표현, 찰나에 번뜩이는 어휘가 나를 에너지 넘치게 하여 효율이 증진된다. 이럴 때는 대만족이다.

일터에서 주변의 설정으로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일 경우엔 부족한 나의 인내심은 무척이나 힘에 겹다. 당장의 감정을 얼굴로 보이고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겉사람이 튀어 나온다. 감정을 무거운 쇠뭉치로 눌러 둔다. 침잠하며 쏟아내지 않고 넣어 두었다가 언젠가는 기억창고에서 꺼내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는 행위는 멋진 일도, 우아함도, 아름다운 배경을 만드는 간판쟁이도 아닌 매 순간의 치졸한 일이라 생각한다.

글 쓰는 나는 풍경에는 눈으로 보고 섬세한 손짓과 소란한 감정, 슬픔의 눈물, 기쁨의 환희, 그리고 둥그런 우주속에 고독한 방랑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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