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

by 여비

트럭아줌마에게 야채를 샀다. 김장김치가 이제 군내를 피우기 시작하고 입의 간살로 새맛을 내기 위함이다. 마트가 아닌 트럭아줌마와의 인연도 내 남편처럼 털털댄다. 영하의 날씨로 야채들은 밍크담요 이불을 덮고 있다. 이불을 젖히고 보아도 마땅히 살것이 없어 호박 두개를 샀다. 호박 새우젓찌게를 넣고 쓱쓱 비벼먹고 싶어서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 남편이다. 남편은 말수가 적다. 그런 남편이 나에게 "난 따순밥에 밥상 받으려 너하고 결혼한다"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했다. 남편은 엄마의 따뜻한 밥과 두다리를 뻗을 수 있는 가정이 반듯한 규격의 일상이 소망이었다. 하늘 아래 내 배를 깔고 뒹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말이다. 불우했던 어린시절 친척집을 드나들며 눈칫밥과 고단했던 학창시절을 잊어버리고 싶었다고 모든것을 원망주머니에 꽁공 숨기고 말도 숨겼다.

IMF시절도 남편의 말수처럼 잠잠했고 생업도 무난하게 마춤복의 가봉도 없이 정장 한벌이 뚝 딱하고 생기고 거친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무난하게 환갑을 맞았다.

"멋진 남자"는 내 핸드폰에 저장된 남편의 카톡 이름이다. 결과론적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사실 나의 기대치 이름이다. '멋지다'라는 형용사에 걸맞음으로 소망을 담았다. 얼마 전 까지는 조금 부끄러운 그리고 악의적인 감정이 담긴 "히틀러"였다. 급하고 직선적인 성격으로 나를 항상 종용하고 조금만 늦게라도 전화를 늦게받거나 깜박잊고 무음으로 해두어 못받게 되어 있는 상황을 절대 이해 못한다. 심지어 무서운 전화통을 부셔버리고만 싶다는 생각도 여러번 해 봤다. 일상이 피곤해 지쳐있을 때 남편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경직된 얼굴이 떠올라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환기를 시켜 버리다 보니 묵은 감정은 따순밥에 된장찌게 보글지져 내기가 힘에 부치는 지경이 되었다. 미운 맘으로 그득한 억지밥과 귀찮음이 묻은 밥으로 밥상을 받게 한다.

세월의 나이테는 신선한 야채가 날씨에 변화를 받듯 따뜻한 밍크담요를 덮고 트럭에 앉은 두개의 호박보다 무심하다.

"멋진 남자"는 대외적인 내 멘트로 정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라고.. 하루에 수도 없이 열고 들여다보는 핸드폰에 남편의 이름 "멋진 남자"가 떴다. 눈으로 들어오는 내 생각은 아주 맑음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매일의 일상이 감사한 오늘 남편에게 전화가 울린다. "멋진 남자"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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