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여비

니, 소 한번 잘 키워 볼라나?" 하셨다. 아버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할머니가 누군가,, 노랑이고 억척을 부려 피난시절 제주도에서도 콩나물 공장을 두 개나 하신 양반이다. 학교에서 술이 사단이 되어 쫓겨나고 무위도식하다시피 하는 인사가 볼성 사나워서 지청구를 했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우시장을 육촌 형님과 들락거렸다. 육촌 형님의 권두로 '백중(음력 7월 15일) 때' 우시장을 서성대어 켤레로 나온 놈을 샀다. 켤레란 한 쌍을 말함이란 것도, 엉덩이가 펑퍼짐한 것, 새끼 빼기 좋은 넉넉한 가슴골까지 고르고 골랐다.

아버지는 생전 해 보지 않은 소몰이를 우사의 배설물 냄새와 들끓는 파리와의 동거를 해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해가 설핏해졌을 때에 코뚜레를 꿰어야만 송아지가 영악 안 떨고 순진하게 일한다는 것도 배우고 육촌 형님을 선생 삼아하는 '소 키우기'를 열심히 하셨다. 소의 고집을 다스리려 손에 든 물푸레나무 채찍을 헉헉대며 휘두르고 소의 기를 잘 들여야 하기에 아버지는 안경 너머로 독한 눈독도 부려봤다.

몸의 고단은 달게 자는 잠으로 이어졌다. 술로 엉망이 된 몸이 보기 좋게 영글어지고 아버지는 사람 모양을 잡아갔다. 아버지의 보기 좋은 몸은 할머니가 새엄마를 들이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내겐 없던 엄마가 생겨나고 동그란 원의 모양을 갖춘 가족이란 울타리가 생겼다.

나는 기억한다 사는 모양은 각각이라 정신 쏟는 일이 공허해 아버지는 술에 의존했다는 것을

내가 책상에서 배운 지식은 생각을 풍요롭게 함이지 몸으로 하는 노동을 넘을 수는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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