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자리가 비어있다. 벌써 한 주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은 교재와 출석부를 놓고 귀숙이의 결석엔 묵과하신다. 약간의 곱슬기가 있어 넓은 이마가 정스러웠다. 처음으로 입은 교복이 약간 낡은 것을 빼고는 모두 싱그러웠다. 우린 짝이 되었다. 교실에 들어오는 순서에 따라 자유롭게 앉았다. 내가 먼저 귀 숙이를 잡아끌어 내 옆자리에 앉혔다.
국민학생의 티를 벗고 남색의 교복을 운동화를 신은 우리는 여중생이 되었다. 말랑해진 머리를 벗어버리고 벚꽃의 향내로 환희가 떠오르는 꿈이 부푼다. 재잘대며 어제 본 소설책 여주인공의 아픈 사랑을 체험자가 된 양 침을 튄다. 격양된 목소리엔 떠나간 남주인공을 비난하면서...
체육시간이 되었다. 감색쯔봉바지와 흰 면티의 체육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에 나갔다. 난 신이 났다. 활동적인 나는 체육시간이 좋다. 서둘러 흰색의 체육화로 갈아 신으며 귀숙이를 찾았다. 교복인 체 그대로다.
운동장엔 한 명씩 서 있도록 표시가 되어 있고 반장의 인솔로 정렬을 맞추어 섰다. 왁자하게 자리배정을 하고 눈으로는 귀숙이를 찾았다.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국민체조를 했다. 머리엔 온통 보이지 않는 귀숙이 생각뿐이다. 조회시간에 배가 아프단 소리는 하지 않았는데...
같은 국민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한 동네 사는 것도 아니라 귀숙이를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말을 하는 것은 주로 나였다. 가끔 경이로운 눈으로 "그래에 아휴 좋았겠다" 이 말 뿐이다.
등나무를 휘감은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 그때 여중생으로 만났던 귀숙이가 몸이 아파 요양원으로 갔다. 벤치에 혼자 앉아 사위를 바라본다. 아직은 몹쓸 병과 친구 할 나이가 아닌데 어찌 그런가? 말없이 배시시 웃기만 하던 귀숙인 듣기만 했지.. 눈 속에 모든 것을 안다는 것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