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는 싸 놓았니? 보리가 쌀보다 많은 점심 보자기는? 삼백 원의 월사금은?
눈빛보다 더 하얀 운동화는 댓돌에서 나를 올려다본다. 찰랑대는 두 갈래의 머리가 하늘만큼 높다.
오늘은 선생님의 재촉을 뛰어넘은 월사금으로 붕붕카를 탄 것만 같다.
아버지의 자전거가 내 두 다리를 탔다. 복실이도 덩달아 둥둥 뛴다. 재 너머까지 아버지의 등에 살포시 얼굴을 묻었다.
큰 딸애 등록금 고지서가 식탁에 앉아 있다. 학원 가방은 거실을 퍼대 있고 하다가 놓고 나간 게임기 코드가 아우성친다. 친구 따라 나가 노는가 보다.
가계부 숫자와 씨름을 했다. 주택부금을 따로 넣어놓은 봉투는 허수아비다.
한 숨이 나온다. 쪼들리는 살림은 나에게 자책만을 남기고 반짇고리 통을 찾는다.
구멍 난 양말을 깁듯 소심한 숫자를 기어 본다. 나에게는 비상대책이 있다.
절제라는 명약으로 색동 지갑 안에 대범한 금덩이를 넣어 두었으니깐..
이다음에 커서 나에게 엄마 노릇이 주어지면 절대로 교실 뒤에 서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맹세를 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