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식탁 위에 수저 한 벌이 놓여있다. 나의 눈은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남편이다. 아직은 어색하고 풋풋한 우린 신혼이다. 음식을 주문하는데도 패기가 만만하다. 불도저를 방불케 하는 적극적인 태도에 결혼을 했다. 한 달만이다.
홀딱 빠져서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뭘 해서 먹고살지 뭘 해야 하는지..
애프터 받고서 만나기로 한 장소엔 앞문과 뒷문이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해진 약속이었다. 우린 그날 만나지 못했다. 나만 혼자서 기다리다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끌려가는 만남이었다. 감성만이 곤두박질 해대느라 보이는 것이 없었다. 주위의 시선이나 언지는 참견으로 밖에 안 보이고 안 들렸다. 미친 거다.
지난 만남들은 학처럼 도도하고 우아했다. 모래밭에 도드라진 자석에 붙여진 모래 알갱이를 털어내기 바빴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툭 뱉는 말투엔 박력과 기백이 넘쳐 나는 온몸이 오그라 붙는다. 절제의 미가 저런 거였나 보다. 하며 마른침을 꿀꺽 넘겼다.
언덕을 꼬끄라 치게 바툰 곳의 방 두 칸엔 단출한 살림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자취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 허술하지만 우린 벅차오르는 사랑에 감동했다. 그저 옆에 있어줘서, 내 옆에..
이 세상에 나는 혼자였다. 돌보아야 할 동생들과 함께 였을 때만 빼고 학교를 다닐 때 자취를 하며 직장 생활할 때도 계속 혼자여서 외로웠다.
문풍지로 붙인 방문을 닫아도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어느 겨울날에 <한 곳만 바라볼게> 하며 내게 말했던 남편!
무뚝뚝하고 말은 없지만 실없지 않다. 급하고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보는 곳이 같으니 딴청 안 해 좋다. 가던 길 돌아 안 가니 피곤하지 않으니 더욱 좋다. 생각만 많고 걱정 투성인 내 옆에 묵직하고 든든한 남편 덕에 오늘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