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000이에요. 알고 지낸 날들은 오래지만 새삼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어색하죠? 제 생각으론 누구 엄마가 아닌 제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서요. 여기 독서클럽에선 누구 아내도 아닌 재옥 님, 영미님, 난엽님, 은옥님 이렇게 부르도록 할게요... 와우 하며 환호성에 서로 웃는다.
우리의 이름을 넣은 독서클럽은 품앗이 공부방의 후속 편이다. 머리가 굵어진 "마의 중학생"이기에 학원엘 들락댄다. 까까머리엔 개성들도 잔뜩 들어 엄마의 지식창고는 바닥을 쳐대고 시건방으로 치장한 깐죽을 당할 재간은 무리였다.
생각 끝에 우리 독서클럽은 결의했다. 공부를 하기로...
교양과목부터 출발이다. 우선은 선발대장을 뽑아 깃발을 꽂았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리더가 되고 나만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혼자만의 생활로 어디 나서려니 머리가 복잡했다. 거칠 것 없다는 생각으로 부딪쳐 보고 안되면 만나서 조율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박완서 님의 저녁의 해후>를 읽기로 했다. 각자의 바쁜 일상만으로 책상을 마주하니 괜히 겸손해진다. 학창 시절엔 점수와 경쟁이 앞을 가려 괴롭기만 하던 공부였는데, 아버지의 공부하란 잔소리가 그렇게나 듣기 싫었는데, 공부하려 책상 앞에만 앉으면 갑자기 잡생각과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궤변에 뒤숭숭하기만 했는데,
그런데 책임이란 커다란 옷이 책 속에 앉아 손짓을 한다. 어서 입으라고 그리고 팔부터 꿰어보라고 아우성이다.
노트를 꺼내 들었다. 편안하게 분위기를 맞출 이야기를 서두에 적었다. 한 번도 우리들의 이야기가 중심은 없었다. 남편 얘기, 자식 얘기, 시부모님 얘기만을 했는데 책으로 이어진 독서클럽 두 시간엔 자기 자신 얘기만을 했다. 서로 웃고 껴안고 옆의 엄마를 치기도 하고 그렇게 공감했다. 사각티슈를 건네며 울기도 하고 마주 보며 깔깔댔다. 우리의 마음엔 수채화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