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by 여비

학원강사로 일할 때였다. 해가 중천에 떠 마루에 귀퉁이도 먹을 즈음 어슬렁 일어난다. 빼곡히 채워진 지하철 안 풍경은 안녕한 지가 오래다. 잠실역을 향한 게으름은 여유롭기만 하다. 혼자서 길을 갈 때 나는 벽에 붙은 광고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수제 컵케익을 만들어요. 취미로 하고 있고 가게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요. 물론 재료는 내 아이들 먹인다는 마음으로 위생, 저칼로리 염두에 두고 굽는데요. 판매를 해보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카메라를 부득이 팔게 되었어요.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데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요. 마음이 불편한 카메라는 아니라는 것은 보증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사다 놓고 꺼내보지도 않은 빔 프로젝트입니다. 좁은 집으로 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해서요. 품질 보증서는 확실히 있고요. 필요한 분에게 유용하게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벽에 붙여놓은 광고지엔 바람에 펄럭대는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필요한 사람이 떼어갈 수 있게 종이를 갈라놓았다. 나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떼어와 차근차근 읽어본다.

아무렇지 않게 적힌 글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먹어보고 싶은 컵케익이 손때 묻은 카메라에 사용 못한 빔 프로젝트 속에...

상상 속에 이야기 주인공을 그려본다. 이야기를 만들어 글로 적는다. 글은 나의 무료와 밍밍한 일상에 기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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