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조용한 쉼은 어려운 건가
고민 끝에 편지를 보내기 전, 문자로 대략 내용을 알리고 마지막으로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마무리의 첫 단계를 거쳤다.
그러고 나서 수업종료 후 마지막 날 '마무리 파티'를 하기로 했으니 그에 관련된 일들을 준비하기로 했다.
기존처럼 졸업식을 하고 독서시상식과 쿠폰정리도 해야 한다. 음식도 빠지면 안 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잘 챙기고 소소한 선물도 준비해보려 한다. 원래는 만들기를 했었는데 뭔가 의미가 담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아이들 중 한 명만 빠져도 마음이 허하고, 졸업할 나이가 되어 졸업을 하게 될 때면 헤어짐에 몇 달 고생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들과 한꺼번에 이별을 해야 하니 내 마음이 버틸 수 있을까?
문득 예전부터 고민만 하던 걸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영업자로서 퇴직금 개념으로 많은 금액을 넣지는 못했지만 '복지혜택이란 걸 나도 체험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노란 우산공제의 복지프로그램으로 있는 1인 5회 무료인 심리상담 신청을 해보았다.
신청과정 중에 <요청란>이 있었는데 뭘 요청하라는지 몰라서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넘어가지지 않아 '요청할 것 없음'으로 적은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전화통화로도 상담이 가능하길래 그러려고 했는데 며칠 전 어떤 분께서 그곳을 직접 다녀오셨는데 너무 좋았다는 말씀에 갑자기 용기가 솟아나 대면상담으로 신청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 뭐 상담하러 가는 거야??'
마흔 넘어서 '제 자신을 찾아보려고 왔어요.라고 하면 웃긴가??'
이제 와서 취소하면 5회 중에 1회가 날아가는 것 같은데... 아무리 무료라지만 아까웠다... 그래서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결국 그날은 내게 다가왔고 요즘 내가 주문을 외우는 듯 주절대는 '에라이~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50분 동안 상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검사지에 기본적인 것들을 체크한 뒤 그곳을 나온 나는 나 자신이 참으로 기특했다.
"제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말한 후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을 잠시 뒤돌아보면서 순간 울컥해서 눈물도 보였지만 이제라도 나 자신을 알아보려고 하는 내가 참 좋은 녀석이란 생각을 했다.
물론 검사결과도 아직 안 나왔고 상담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실지 모르지만 왠지 이번엔 아쉬움 없이 지금껏 하던 일도 잘 마무리하고 당장 며칠 뒤면 닥칠 초현실적인 내 세계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