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없으면 된 거야.

의심하지 말자.

by 멍군이

아침에 남편은 알아서 출근했고 아이도 늦지 않게 일어나 롱패딩을 입고 엄마의

“잘 다녀와~ 사랑해~”

라는 말에 뒤돌아 손 흔들어 화답해 주고 학교에 갔다.


나는 바로 씻고 나갈 준비를 마친 뒤 인터넷 강의 하나를 들었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칼림바 수업은 이제 2회 남아 아쉬웠지만 연습도 열심히 하고 선생님께서 사 오신 간식도 맛나게 먹었다. 수업 마무리할 때 날씨 이야기가 나왔는데 요즘 애들은 롱패딩 안 입는다고 하길래 "우리 아이는 롱패딩 입고 다니는데요..."라고 말하곤 저번에 숏패딩을 샀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끓여준 짜파게티로 점심을 맛나게 먹었고 미뤄두고 있었던 주문목록도 잘 처리했다.


그 사이 내 업무도 시작되었고 하얀 눈송이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복이 쌓이기 시작한 눈을 보며 나와 수업을 하는 아이들은 좋아라 했고 그 모습이 보기 참 좋았다.


한편 학교에 있을 내 아이는 친구들과 잠깐이라도 눈을 만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 밤 잠자기 전, 아이가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가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평소처럼 학교를 마친 아이가 조용히 들어오고 있었다. 날도 추운데 아침에 입고 간 패딩이 보이지 않았다. 난 일하는 중이니 내 아이가 오갈 때 뭐라 하진 않았지만 오늘은 나도 모르게


"추운데 패딩은?"라고 물었고


"터져서 가방에 있어."라며 방으로 들어간다.


어디에 걸려 뜯겼나 보다... 싶으면서도 '혹시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패딩상태가 궁금했지만 일단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가방에서 나오는 패딩의 상태는... 털이 나풀~ 나풀~

처참한 건 아니었지만 나풀거리는 털로 인해 아이가 퍽 난감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몰랐고, 뜯겼다면 그 순간 아이가 몰랐을까?라는 생각에 털이 날리기 전 정황을 물었다.


그동안 나는 안 좋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 탓일까... 롱패딩 입어서 일이 생긴 건가 싶었다.

뜯긴 부분을 보고 '누군가 가위로 자른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치지 않은 아이는 다행이었지만 혹여나 누군가 아이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동생들에게 알렸고 덩달아 동생들도 동조했다.

물론 뜯겼을지도 모르겠단 이야기를 한 동생도 있었지만 이미 그 글은 올라간 지 오래였다.


아이가 뜯긴 옷을 보고 속상했을 것 같아 걱정하는 동생들과 한참을 이야기 나누고 누가 그랬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내일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또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선생님도 괜히 곤란 해지실 테고 그냥 조용히 있어도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플 때 퇴근하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상황을 설명했다.


남편은 다짜고짜

"뜯어진 거겠지!"라고 했다.


나는

"와서 봐봐... 그럼 알겠지!"라고 전화를 끊었고 퇴근한 남편이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뜯긴 거잖아. 너 청바지 안 뜯겨봤어? 뜯기면 이렇게 직각으로 된다고!"


아우~ 짧은 순간 고민에 빠져있던 것이 속시원히 해결되었다.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나,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롱패딩은 하나뿐인데 내일은 뭘 입으라 해야 하나, 뜯긴 거면 좋겠는데 혹시나 진짜 누군가 그런 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등등 괜한 고민을 한 것 같아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냥 아이가 뜯긴 줄도 모르고 신나게 논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리고 나도 퇴근 후 옷을 본 거라 늦은 듯하여 섣불리 선생님께 연락드리지 않고 고민했던 그 시간도 참 다행이었다. 반면에 나에게 낮 시간이 허용되어 혹시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민폐 끼쳐드렸으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어 끔찍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일, 저런 일 많다는 걸 잘 알면서도 순간 왜 남을 의심하려 했는지 나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했던 이런저런 고민은 나나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별거 아닌 일이 된다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아까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직도 적응 못했나', '우리 아이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한 건가...'라며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이 아니란 걸 알고 난 후 비록 하나뿐인 롱패딩이 뜯겼지만 너무 행복했다.


그냥 우리 가족 건강하고 아무 일 없으면 된 거다...

그렇게 아무 일 없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깨달았고 감사한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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