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군이 Dec 20. 2023

6. 세 번째, 네 번째 상담을 마친, 지금.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이 또 있었어?!

사실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많이 알아보기도 하고 공부도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공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다독이며 좀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려고 노력했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내 아이나 남편, 그리고 나 조차도 전공하신 분들이나 나를 다독여주시는 분들께 여러모로 조언을 여쭙고 조금이나마 발전해 나가기 위해  꾸준히 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일을 마무리하면서 노란 우산공제 복지혜택으로 있는 5회 무료 심리상담을 해보기로 했고 고민 끝에 대면상담을 시작하여 네 번째 상담까지 마쳤다.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점검받는다는 느낌으로 방문을 했다. 역시나 나에게 아픈 부분으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눈물이 흘렀고 기본적인 검사를 마쳤다.


두 번째 상담 때는 첫 번째 상담때 했던 검사 결과를 알려주셨고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것들이라 전문가에게 다시금 확인받는 시간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세 번째 상담시간...

평상시처럼 이야기를 시작했고 선생님께서는 내 이야기들을 들어주시다가 입을 떼셨다.

그거 알고 있냐며...

위험회피도는 높은데 의외로 이것저것 참 많이 시도해 봤다고...


이럴 때 쓰는 표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사실 남편이 이것저것 참 많이 했다.

"하나를 하면 좀 진득하니 꾸준하게 해 봐!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하지 말라고!!"

라면서 난 매번 남편을 구박했던 것 같다. 난 뭔가 고지식하고 재주도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냥 버티기...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한편으로는 다양하게 관심을 쏟는 남편이 부럽기도 했다.


네 번째 상담시간...

선생님께서 내가 했던 것들을 다시금 물어보시고 일일이 적으셨다.


제빵, 제과, 독서지도, 방과 후지도, 검도, 수영, 요가, 필라테스, 달리기, 피아노, 칼림바, 샌드위치, 떡, 국악지도, 드라마, 컴퓨터, 바느질...


자격증 딴 건 몇 개 안 되지만 일일이 적어보니 나도 뭔가 해보려고 이것저것 참 많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부터 배워보려고 한 것 같다.


일회성으로 한건 없고 대부분 몇 달 이상으로 꾸준하게 했던 것들이라 순간

'어라? 나도 할 줄 아는 것이 많네??'라는 생각이 들고 감회가 새로웠다.


난 할 줄 아는 게 그다지 없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요리는 그냥 어릴 때부터 바쁘신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이랑 뭔가 해 먹다 보니 자연스레 익힌 것이라 특별히 재주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면 시아버지께서 칼질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으니 칼질은 잘하는 모양이고...


교회 다니면서 봉사해야 한다고 누군가 피아노 학원비 보태주셔서 의무감으로 배운 것도 있지만 결국 아이들 가르칠 때 피아노는 요긴하게 활용하긴 했고...


검도는 남편 하는 것보고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가 남편은 1단, 나는 2단까지 땄고 요즘은 남편 따라 열심히 달리기도 하고 있다.


꼭 자격증을 따거나 엄청 잘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새로운 걸 배워보고 알아가는 것은 쉽지만 시작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왜 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못난이로 평생 알고 있었을까...

이제라도 나도 조금은 할 줄 아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았다.


뭔가 굉장히 쓸모 있고 활용성 높은 사람이 된 듯한 느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그냥 나 자신 자체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제 상담은 한 번밖에 남지 않아 아쉽지만 상담이 나에게 주는 너무나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용기 내어 찾아간 나 자신 또 한 번 기특하다. ^^


매거진의 이전글 1. 이제는 새로운 것도 하고 싶은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