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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Jan 10. 2024

7.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난 후...

흐트러진 후의 시작

그런 날이 있다. 

평상시 운행시간이 맞춰 운행하던 버스가 그날따라오지 않고...

더군다나 점심시간 뻬고는 계속 운행하고 있던 버스조차도 오지 않는 그런 날...


'아... 오늘 좀 조심해야겠다...'


오늘 첫 일정인 마지막 상담.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 별일 없이 잘 끝냈다.'


그러곤 다음 일정을 위해 폰을 봤는데 있어서도 안될 일이 벌어져 있었다. 

만난 적도 없는, 그냥 조용히 항상 응원하던 분이었는데...


'내 응원이 너무 부족했었나...'



그대로 집에 가고 싶었으나 이동조차 쉽지 않았던 터라 허리가 아파 두 번째 일정인 정형외과로 향했다. 


평소대로라면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권하셔도 맞지 않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 집에 왔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의사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꼭 따라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마무리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아픈 모습을 보이며 마무리하고 싶지도 않았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주사라 비용이 고민되긴 했지만 결정을 끝내고 주사를 맞으려고 엎드렸고 난 그냥 주사 한방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주삿바늘을 찔러대셨다. 


'괜히 했나?'

어떻게 하는지도 안 보여서 불안하고 생리주기도 변경될 수 있다니 신경 쓰이고 주사부작용 같은걸 대충 얼 머 무린 간호사의 반응도 찜찜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는 힘들 수도 있다는데 내 일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 더 예민해졌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주사 맞고 약 받고 당연히 지금은 버스가 잘 운행하고 있을 시간이라 집에 가려고 앞에 선 버스를 타려 했는데 점심시간이라고 타지 말라 신다. 


'왜요! 점심시간은 11시 20분부터 12시 20분까지 아니었어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문 닫고 가셨다. 허리가 아픈데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택시를 타자니 돈도 아깝지만 거리도 애매한지 택시 잡기도 어려웠다. 된장... 


그래도 내 세 번째 일정인 아이들과 함께하기는 잘 마무리했다. 




저녁으로 오래간만에 연어초밥을 만들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8시 넘어서 온다 해서 그전에 잠깐 내가 하던 공부를 마치고 좀 천천히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원래는 시간이 좀 걸리니 부지런히 만들었는데 오늘따라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아이는 미리 내게 전화를 걸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율했고 8시 45분까지 들어오기로 했다. 자전거 타고 늦게 다니는 것 같아 신경 쓰였지만 일단 그 시간까지 믿어보기로 했다. 


8시 19분...

연어를 썰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싸한... 느낌...

자전거 타고 가다가 턱에 걸려 넘어졌다고... 본인도 다쳤는데 친구도 많이 다쳤다고...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으니 데리러 와 줄 수 있냐고... 친구랑 친구자전거까지 다 실을 수 있겠냐고...


냅다 팽개치고 일단 운전대를 잡았다. 남편은 달리기는 하는 중이었기도 하고 다음 날 일로 새벽같이 나갈 것을 알기에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전화를 안 하려다 그래도 아이 아빠니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 전화했더니 본인도 같이 가겠다 해서 급히 태워 같이 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친 아이들도 보아왔고 가정에서 다치긴 했으나 괜찮아 보여 기관에 데리고 오셨다는데도 살펴보면 병원을 가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조금은 알 수 있으니 바로 병원을 보내 잘 치료받게 한 경험도 많았다. 


그런데 내 아이는 팔을 다쳤다지만 바로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은 병원 가야겠다며 나에게 병원을 알아보라 했다. 아이 친구는 남편이 친구아빠와 통화해서 데리러 오시기로 하셨다길래 먼저 가려는데 뭔가 또 찜찜... 아이 친구는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았다. 근데 부모님은 빨리 못 오시는 상황 같고 어차피 내 아이를 병원 데려갈 거면 친구 아이도 당연히 데려가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 친구 아버님께 다시 연락해서 밤이기에 동네 큰 병원 응급실로 오시라 했다.

  

각자의 삶이 있고 가정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내 아이는 다친 일을 통해 본인의 친구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  것 같았다. 같은 학교를 다녔고 외동이라 비슷한 코드도 있었을 텐데 많이 다친 것 같은데 혼날까 봐 부모님께 연락 못하는 친구를 보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오신 친구의 엄마를 보고 이해한 듯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나도 부족한 부모이기에 사실 할 말도  없지만...

응급실 간호사분조차도 나는 내 아이의 엄마가 아닌 친구아이의 엄마로 착각할 정도로 눈에 띄게 다친 아이이기에 신경을 썼는데 자기 아이에게 다짜고짜 화내는 부모는 안되면 좋겠다. 


아이가 이 세상에 가장 믿고 의지할 사람은 부모니까...




  밤 11시를 넘어 집에 왔는데 아이는 주방에 널브러진 연어를 보고는 왜 저렀는지 물었다. 


"연어 썰고 있다가 네가 다쳤다고 해서 엄마가 급히 나가느냐고 그냥 놓고 간 줄도 몰랐네."


"엄마, 아무리 급해도 연어는 잘 넣어놨어야지! 다음에는 연어 챙겨~!!"


야밤에 연어초밥해서 가락국수랑 먹는 아이를 보니 그래도 상담을 받아 내 마음이 조금 단단해져 슬픔과  놀라움을 아주 조금이나마 숙연하게 넘길 수 있었고 돈 때문에 고민했던 주사 덕에 그나마 다친 아이들 잘 케어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하루는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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