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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Feb 23. 2024

너... 뭐야?

어떻게 들어온 거지?

눈을 떠보니 나는 남편과 아이사이에 끼여 땀을 흘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에어컨이 있었지만 시원하지  않아 리모컨을 찾으려 몸을 일으켰는데 뭔가 이상했다.


누군가가 날... 쳐다보고 있는 느낌...


나는 시력이 너무 나빠 안경을  끼고 있는데 잠결이라 안경을 끼고 있을 리 만무했다. 눈을 치켜뜨며 침대 옆 바닥을 주시했다. 뭔가 반짝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녁에 아이를 반겨주었던 고양이었다.


분명 1층의 문을 닫았고 허술한 창문도 닫은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어떻게 들어온 거지... 고민하는 찰나 이 녀석이 갑자기 침대로 사뿐히 올라와버렸다. 깊은 밤이라 생각되어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강아지는 좋아한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묶여 있던 개의 목줄이 풀려 왼쪽 다리를 물린 후로는 개가 가까이 오면 온몸의 털이 쭈뼛대지만 그래도 그 얼굴을 보면 내 고통 따윈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특히나 낮에 만났을 때 일자로 변한 고양이의 눈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장화 신은 고양이는 너무 사랑스럽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눈을 흘기고 가기에 난 항상 피해 다녔다.


그런데!! 그런 고양이가 지금 우리 침대에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것도 아이 발 밑에!!


물론 아이나 남편은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이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도 난 항상 뒤로 물러 서 있었기에 지금 나와 고양이의 거리는 너무 가까웠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남편을 불렀다.


"오... 오... 오빠...."


예민한 사람이긴 하지만 잠잘 때 보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는 사람이라 쉽사리 일어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이 상황은 긴급이었다.


"오빠! 일어나 봐!!"


"으으으으~~"


"고양이가 있어!!"


"ㅁㅁㅁ머어어어??"


힘겹게 눈을 뜬 남편은 고양이를 확인하고 흠칫 당황했지만 어떻게 들어왔냐며 묻더니 아이 발 밑에 있던 고양이가 남편 발 밑으로 이동한 것을 보고는 비몽사몽 잠이 들었다.


고양이를 내보낼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자버리다니...ㅠㅠ 어쩔 수 없이 난 그대로 얼음이 된 채 눈을 감았다.



아침이 되었을 때 우리 침대 위에 고양이는 없었지만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니 본인도 문이 닫혀있던 것을 아는 터라 신기해했다.


에어비앤비를 선택할 때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는 없고 그곳에 반려동물이 있다고 고지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룸 안에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 우리가 문을 잘 못 닫고 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문을 잠그고 발리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고 다녀온 후 잠근 문을 다시 열었을 때 고양이가 우리를 반기는 것을 보고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냐... 너...

고양이가 말을 해줄리는 만무하고 우리가  그곳에 묵은지 삼일 째 되는 날 그 녀석이 천장에 뚫린 창문으로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깔끔쟁이 남편이


"흙 밟고 똥 밟은 발로 우리 침대에 올라와 잔 거야???"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직원에게 엉망진창 영어로 고양이와의 동거사실을 말하니 원래 자유롭게 다닌다며 혹시 불편한 건지 물었다.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양이가 룸에서 놀다가 밖으로 나가기도 해서 우리 아이가 시무룩해해요.. 자기랑 방에서 놀았으면 하더라고요."라고 역시나 엉망진창 영어로 말하니 다행이라고 하면서 밖에서 놀다가 다시 들어갈 거라고 일러주었다.


발리의 꾸타라는 지역에 위치한 에어비앤비였지만 스미냑에 가까웠던...

그리고 길 중간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어 넘어가지 못했는데 다음날 직원에서 물어보니 그것을 넘어가라고...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한 바다가 펼쳐졌던 그곳에서의 또 다른 재미는 생각지도 못한 4박 5일 동안 고양이와의 동거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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