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군이 Mar 01. 2024

시작되었구나...  사춘기의 너!

고양이야 잘 부탁해

코로나로  인해 극도로 움츠리고 살다 비행기를  타보자고 하니 아이도 ok 했었다.  하지만 여행기간이 길어짐을  알게 된 후로는 매일같이


"왜 그렇게 길게 가!!, 엄마 때문에 내 방학은 망쳤어!, 가족들이랑 여행 가는 건 재미없어!!" 등등...


이미  여행을  가기 전부터 사실 마음은 심란했다. 거기다 양가 어르신들께서  덧붙임까지 듣다 보니 이미 힘든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나와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길게 가는 여정이니 모든 것을 잊고  일단 그곳에서의 생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첫 숙소인 에어비앤비에서 고양이를 만난 아이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고양이를 엄청 무서워했기에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고양이에 대해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고양이로 인해 숙소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의 여행스타일이 나와 우리 가족이 다름을 알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현지에 도착하여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로 한 것이기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으나 음식 포기는 좀 어려웠다. 그래서 하루 중 한 끼 정도는 맛난 데서 먹고 싶었지만 아이는 거부하였고 그렇게 우리는 배달음식의 맛을 알아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사용하는 어플은 그랩과 고젝이었는데 대충 사진 보고 선택한 음식들이 꽤나 저렴하고 맛도 있었다. 물론 볶음면인 줄 알고 시킨 것이 뜨거운 국물이 있는 라면이어서 당황했지만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도와주어 무사히 먹을 수 있었고 작은 수영장도 있어서  물놀이 후 먹는 라면은 맛이 없을 수 없으니 최고였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자꾸 외출을 해댔다.

아이는 고양이를 기다리더니 급기야 또다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냥 한국에 있었으면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고 놀았잖아!! 씨부렁씨부렁"


어후!! 무슨 말을 해도 통할리 없고 욕잔치가 열렸으니 남편이랑 미리 빌려둔 오토바이를 타고 후다닥 둘이 나갔다. 외국인이 오토바이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대여업체에서 남편이 오토바이 운전하는 것을 테스트하더니 여권과 한국면허증을 찍은 후 빌려주었다.


우리는 겁이 많아 쫄보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베트남여행에서 오토바이를 타며 느낀 자유로움을 잊지 못해 이번에도 고심 끝에 오토바이를 빌려 스미냑과 꾸따지역을 다녔다.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다니고 다행히도 양보를 잘해주셔서 아이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날려버릴 수 있었다.



물론 아이의 입장도 이해는 되었다.

예전에는 남편이 출장 가면 엄마 지켜준다며 항상 내 곁에 있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한창 친구가 좋을 나이...

그런데 한 달가량을 엄마, 아빠랑 붙어 있어야 하며 그토록 좋아하는 컴퓨터도!! 자전거도!! 친구도 없는 현실이라니...


아이가 많이 컸단 걸 알면서도 아직도 깨닫지 못한 내 잘못이 컸다.


그런데 고작 3일 지났다.

아직 20일 넘게 남았는데...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고양이!!!

안 되는 영어로 직원에게 고양이에 대해 물었다.


"고양이는 어디에 있어요??"


"고양이는 돌아다닐 거야."


"우리 아이가 고양이를 너무 보고 싶어 해요."


"걱정 마. 고양이는 다시 올 거야."


"그럼 고양이 간식 사다가 줘도 돼요?"


"오~ 그럼 물론이지!! 고양이가 좋아할 거야!!"


뭐... 대충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


그래서 후다다닥 남편과 오토바이를 타고 츄르를 사 왔다.


때마침 고양이는 신발 놓는 자리 근처에 있었고 아이가 츄르를 하나 들자마자  기가 막히게도 고양이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때의 그 간절한 고양이 눈빛은... 아니!! 어떻게 츄르를 보자마자 알지???

츄르를 뜯어주자마자 고양이는 미친 듯이 흡입했고 아이는 하루에 츄르를 얼마나 줘야 하는지 검색하고 고양이와 있으면서 다시 너무나 행복해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4박을 보내고 5일째...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하여 길리로 향하는 배를 탔다.


아... 일단 좀 잠잠 해진 거겠지??? 우린 분명 여행을 온 건데 왜 이리 마음을 졸이고 극기훈련하는 것 같지???

야!! 우리 땐 비행기도 못 탔다고!! 여행이 어딨어!!! 사춘기가 벼슬이냐!!!라고 큰소리도 치고 싶지만... 다음 숙소에도 고양이가 있어야 할 텐데... 제발~~~~~


나에게 고양이의 무서움 따윈 이미 저 멀리간 듯했다.


'나는 내가 겪어보지도 못한 아이의 사춘기가 더 무서워!!!'





이전 04화 너... 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