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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r 08. 2024

7.  거북이 그리고 멀미

이젠 해리포터라고 하지 마!!

길리에서의 일정은 7박 8일로 잡고 왕복 배티켓을 예약했었다.


기왕 비싼 배 타고 들어가니 간 김에 길리에서 푹~ 쉬며 거북이도 보고 실컷 자전거도 타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발악은 나날이 심해졌고 화병이 난 건지 내 몸에서도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생기게 되었다.


생각보다 우기의 길리는 너무 습하고 더웠다. 비도 오지 않고 내 머리 바로 위에 태양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창 기어 없는 픽시자전거 좋아하는 아이에게 실컷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꼬시며 데리고 오기도 했었는데 기어는 없었지만 자전거는 꾸져서 속도도, 묘기도 부릴 수 없다며 아이는 심드렁해했다.


그래도 이튿날에는 거북이 보자고 잘 꼬셔서 자전거 타고 나가본 건데 혼자만 거북이를 못 보고 수영바지에 휴대폰이 있는 것도 잊은 채 바다수영을 했으니 아이의 기분은 초초초 저기압...


덩달아 내 몸도 화끈화끈...

익은 살 위로는 두드러기가 생겨 간지럽고, 그렇게 밤새 잠을 못 자고 일어나면 낮에는 아이가 짜증 내고...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내가 꿈꾸던 현실은 이게 아니라고!! 일단 호텔 가까이에 있는 업체에 다음 날 할 바다 스노클링을 예약했다. 2시간 동안 포인트 세 곳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


한 푼이 아쉽지만 하필... 첫 업체의 대화상대 이름이 '해리포터'라고 해서 내가 홀라당 넘어갔다. 전혀 해리포터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해리포터 책을 한 권, 한 권 모아 읽는 것이 낙이었던 터라 해리포터라는 이름만 듣고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음에도 예약금을 걸었다. 그리고 뭔가 다른 사람을 통해 체험하는 것을 너무 깎았다간 바다에서 험한 꼴 당할까 싶어 적당한 선에서 기분 좋은 척 ok를 했다.


아이는 숙소에 있었기에 해리포터는 아직 만나지 못한 아이가 진짜 재미있어할 거라며 자기만 믿으라고 했다. 자기도 함께 가서 진짜 재밌게 해 줄 거라고...




조식을 포함해서 호텔을 결제했기에 그날도 야무지게 조식을 먹고 2시간 동안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 11시에 스노클링업체에 도착했다. 아이는 절대 자기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 수영복을 입지 않겠다 했지만 나는!! 재밌게 해 주겠다는 해리포터를 믿고 물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물이 튈 수 있다며 악착같이 수영복을 입게 했다.


하지만...

친절하게 배까지 같이 타서 이야기 나누던 해리포터는... 내가 잠시 정신 판 사이 남편만 들을 수 있게 쏼라쏼라를 하고 가버렸다... 한편으로는

 

'당했네...'싶으면서도

'그렇다고 굳이 잡고 싶지도 않고 해리포터 이름을 팔지 않았으면...'싶었다.


'그리고!!! 망나니 아들 재미있게 해 준다며!!!! 으앙~~~'


그렇게 배는 출발했다.

우리 가족 외 배 운전해 주는 분, 그 옆에 가이드하며 고 프로 찍어주실 분...



출발하자마자 배기름 냄새에 목구멍까지 멀미가 찬 느낌이었다.


'으윽... 안돼... 아이를 어떻게 끌고 왔는데... 참아야 해... 꾸역꾸역...;


예전부터 멀미가 진짜 심했지만 운전하고 다니면서 요즘은 좀 괜찮아졌다 생각했는데 배기름냄새 맡으니 바로 속이 뒤집혔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다행히 배는 생각보다 금방 정차했고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가면 되었다.


빨리 장비 착용하고 들어가고 싶은데 파도에 배가 꿀렁꿀렁~ 멀미도 울렁울렁~입구멍을 향해 마구 차 올랐다.  


안 들어간다던 아이는 신기하게 장비를 착용하더니 아빠를 따라 바다로 갔다. 나도 흔들리는 배 안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겁이 몰아쳤다.  


하아... 내가 예전부터 쫄보긴 했지만 구명조끼도 착용했고 예전에 렌즈 안 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때조차도 잘 들어갔는데 왜 더 쫄보가 된 건지 한쪽 다리는 배 밖으로 내놓고 덜덜덜~ 나보다 홀쭉하신 배 운전사분께서 나를 잡고 낑낑대며 어떻게든 물속에 넣어주려 노력하셨지만 더 땀만 나게 하는 중이었다.


웬일로 먼저 가던 남편이 뒤돌아 보더니 나에게로 와서 뛰어내리라고 했다. 본인이 잡아준다고... 나보다도 수영을 더 못하지만 신혼여행 때조차도 남편은 배 위에 있었고 나 혼자 스노클링 하러 들어갔던 터라 믿을 만 한가 싶으면서도 배 위에 더 있다간 진짜 멀미가 날 것 같아 뛰어내렸다!


다행히도 남편이 잘 잡아주었고 덜덜 떨며 남편 손을 잡고 스노클링을 했다.


바다거북이는 생각보다 빨리 만날 수 있었고 아이는 더 신나서 가이드를 잘 따라다녔다. 우리 부부도 열심히 손 잡고 허우적거리며 따라갔다. 바닷속에서 같이 수영하며 만나는 거북이는 너무 멋졌고 기분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두 번째 스폿으로 이동!!

다시 배를 타고 가야 하니 멀미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지만 또 금방 도착!!


바닷속에 동상들이 있다고 해서 열심히 헤엄쳐서 가는데 손잡고 가던 남편이 멀미가 난다며 배에 가 있겠다고 했다. 난 오히려 바다에서 헤엄치고 다니니 멀미가 사라졌는데 남편은 속이 안 좋다고 했고 가이드랑 잠시 배로 가고 나랑 아이는 둘이 그 근처를 구경하며 다녔다.


다시 돌아온 가이드는 잠수하며 멋진 영상을 남겨주었고 아이도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잠수도 해보고 신기한 물고기도 따라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너네 남편이 멀미가 심하다고 돌아가재"라고 나는 나름 번역을 했다.


엇! 이게 뭔 소리란 말인가... 아이는 신이 났고 예약한 2시간 중에서 이제 반 지났는데... 아이에게 상황 설명을 하니 지금 이렇게 재밌는 상황에서 왜 멀미가 나냐는 표정...


아이냐... 남편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남편의 편을 들었다.

우린 배를 타고 다시 돌아왔고 남편의 안타까웠던 상황을 들어야만 했다.


나는 돈과 시간...

여러모로 아까웠지만 멀미를 자주 했던 터라 그 입장도 이해가 되기에...

하지만 아이는 다시 짜증을...  

아빠만 먼저 가 있었으면 되지 않았냐고...

그 말도 맞긴... 해...^^;;;

 

짧았지만 그래도 나름 거북이와의 시간을 보냈고 아이도 예전에 미리 배워둔 수영이 큰 도움이 되었단 것도 알았고 스노클링의 재미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같이 가신 가이드분이 침착하고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셨기에 더 좋았다. 아마 해리포터가 갔으면 맘에 안 들었을지도. ^^;;


또 알게 된 점!!

다음에 또 이런 체험을 한다면 남편은 아침을 못 먹게 해야겠다. ^^


그리고 난 햇볕 알레르기가 있나 보다.

내 몸이 점점 간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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