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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Apr 29. 2024

혹시 넌...  사람이니? 아님 우리가 고양이니?

나는' 방황'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용기'있다고 했다.

항상 뭔가 해보기 전에 지레 겁부터 먹고 움츠린 후  내가 알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의 정보를 알아보고 미치도록 고민한 끝에 행동으로 옮긴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어 이제야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 그동안 하던 일도 모두 접고 방황 중이니 말이다.


하지만 '방황'이란 단어가 예전에는 나쁘게만 들렸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나는' 방황'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내게 '용기'있다고 했다.


'난... 개뿔 용기 따윈 없이 살았는데...'


정말 생긴 거랑은 다르게 쫄보지만 진짜 용기를 내어 길고양이를 입양했고 망고가 우리 집에 온 지도 한 달이 넘었다.


길고양이들은 경계를 많이 한다길래 망고가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참 많이 했다. 물론 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피해 다닐까 봐도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망고는 너무 사랑스러웠고 고맙게도 내게 다가와줬다.


그동안 계속  일이 구해지지 않던 남편이 취직되었다길래 기쁘면서도 또다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예전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나와 고양이만 집에 남아있을 상황이 걱정되었겠지만 이제는 남편도 취직을 하여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망고 혼자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괜스레 어린애 집에 두고 일 나가야 하는 엄마가 된 거처럼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대부분은 4시간 정도만 망고가 혼자 있으면 됐지만 평일 중 하루는 8시간가량을 망고 혼자 있어야 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망고 먹을 사료 챙기고 물도 챙겨주고 화장실도 정리하고 혹 집에 혼자 있으면서 심심해하진 않을까 걱정되어 블라인드를 올려 바깥구경할 수 있게 해 주고 장난감도 적절히 배치해 두고 나갔다. 이동하면서 간간히 cctv로 집안을 살펴보며 소파  한 귀퉁이에서 자고 있는 망고를 보면 짠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망고가 cctv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안방 침실에서도 망고가 잠을 잤기 때문에 안방에서 자나보다 했다.


난... 망고가 심심해하고 외로워하며 풀이 죽은 채로 잠만 자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망고는...

집안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루는 내가 나갔다가 놓고 온  물건이 있어 다시 집에 들러야 했는데 현관 쪽에 있는 화장실 입구에 물로 찍은 발자국이 보였다. 물은 욕조에 조금 있었을 뿐인데... 욕조 들어가서 놀았나 보다.


내 화분들은 파헤쳐있다 ㅠㅠ


또 다른 날은 미처 닫지 못한 창고 같은 방에서 신나게 놀다 들켰는데 한껏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나왔다. 그때부터 슬슬 여기저기 높은 데도 맘대로 오르락거렸다.

당당한 표정과 나는 모르겠소 표정 ㅎ


생각보다 망고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 같아 다행이었는데 이젠 뭐 가족이 있거나 없거나 망고 세상이 된 듯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망고가 우리에게 안겨있을 때 자세가 꼭 신생아 키우는 것 같았다. 주방에서 일하면 식탁 의자에  낑낑대고 올라와 구경하고 컴퓨터 하면 망고도 올라와서 타자를 쳐댔다.


호기심이 많아졌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겠지만 텔레비전으로 축구중계를 망고랑 둘이 같이 봤는데 기가 막히게 상대팀에게 냥펀치를 발사했다. ^^;;


선수님! 비켜주요!!


망고랑 함께 있는 시간은 즐거워져 갔고 망고가 혼자 있는 시간도 나름 잘 지내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한창 숨바꼭질 좋아할 나이인가보다. ^^

어느 날 남편이


"개는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주종관계로 지내고 고양이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큰 고양이로 보거나 자기도 사람인 줄 안데."


"뭐야? 그럼 우리가 큰 고양이야? 아님 쟤가 사람이야? 근데 망고 하는 거 보면... 사람 같은데 크크큭~"


망고도 같이 마셔요.

망고는 그렇게 우리 집 막내아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크아아아아악~~~!!!


품 안에서 아기가 자는 것처럼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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