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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y 13. 2024

망고야! 너 입에서 피나...

약 먹이다가 이빨이 빠지다니...ㅠㅠ

망고가 토했다.

그때 나온 것이 당면이 아니고 기생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기생충의 크기가 큰 것으로 보아 기간이 좀 되어 보이고 몸속에서 기생충이 다 나온 것이 아니니 또 토할 수 있다고  하셨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 당면 같은 기생충이 떠올랐고 의사 선생님께서 망고가 또 토할 수 있다 하신 말씀이 자꾸  거슬렸다.


고맙게도 우리의 망고는 모래화장실에 가서 토를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화장실이 아닌 곳에 토한 냥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남편이 바로 발견했기에 기생충을 잡을 수 있었지만 뱃속에  남은 기생충들을... 혹시나 망고가 이불이나 바닥에 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는데 망고가 일부러 뱃속에 기생충을 키운 것도 아니고 얘도 고생했는데 엄마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아 미안했다.


고생했을 망고에게 좋아하는 사료를 주고 같이 잠도 잤다.


다음 날은 나도 아침부터 멀리 배우러 가야 하는 수업이 있었기에 망고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고 가족들이 모두 오후 늦게나 집에 도착했다. 구조자분께서도 망고의 컨디션이 걱정되어 연락 주셨고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제 병원에서 망고에게 기생충약?을 먹여주셨고 3일 정도 더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 뭐 물론 보호자 앞에서  약을 먹이신 게 아니라서 의사 선생님께 약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여쭈었고도 뭔가 부족하여 간호사분께도 다시 여쭈었다.


'흠... 주사기에 물을 넣고 가루약을 넣은 후 먹인다...'


직업상 정말 많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 경험이  있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샤샤샤~ 눈 깜짝할 사이에 약을 먹이고 혹여라도 놀랐을 마음도 잘 도닥였다. 물론 내 아이도 약을 참 잘 먹었다.  


그런데... 내 인생에 정말 고양이와 가까이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게 될 줄은 몰랐다. 먹이기도 전부터 걱정이 되었지만 그동안 아이들에게 약 먹인 결론은


'속전속결!!' 이 답인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망고가 놀란 나머지 할퀼 수 있으니 담요로 포근하게 안아주고 잽싸게 입을 열게 하고 주사기에 담긴 약을 최대한 입 안에 넣어주고 삼킬 수 있도록 한다. 끝~!


간단했다.


그런데 남편이 난 아직 고양이를 잘 다루지 못하기도 하고 망고가 할퀴거나 깨물 수도 있으니 본인이 망고를 잡겠다고 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남편이 나보다 더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망고에게 약을 어떻게 먹여야 할지 걱정도 더 많이 하는 눈치였다.


"내가 망고를 잡고 입을 열게 할 테니 멍군이 가 잽싸게 약을 넣어."


"알겠어! 해보자!!"


그렇게 우리 부부는 고양이에게 첫 약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망고의 입을 벌리게 해 주었고 나는 잽싸게 주사기를 넣어 약을 넣으려는데 망고가 몸부림을 쳐서  1차 실패!! 제대로 뭐 해보지도 못한 느낌이었다.


2차 도전은 실패하지 말고 이번에 끝내자고 둘이 다짐했다.


"자! 이제 하자!!"


남편이 망고 입을 잡았는데...


어라?


"망고 피나..."


"뭐?? 뭐야? 왜 피나??"


심기일전하여 잽싸게 약을 넣어보려 했는데 망고의 아래 입 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망고는 멍하니 있었다.


"이건 뭐야?" 라면서 망고의 피로 인해 놀란 남편이 망고를  보려는데 손에 하얀 돌 같은 것이 있었다.


"헐... 이빨 빠졌나 봐!!"


약 먹이려다가 어이없게도 망고의 송곳니가 빠졌다. 남편은 본인이 망고 입을 너무 꽉 잡아서 이빨이 빠졌다며 멘붕에 빠졌고 엉겁결에 이빨이 빠진 망고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표정이었다.


"일단 빨리 약부터 먹이자!"


"애 충격받았을 텐데 어디서 보니까 무리해서 먹이면 안 된데."


"아니! 그래도 약은 먹여야지! 이런 일  있었다고 안 먹이면 나중엔 더 먹이기 힘들어져! 내가 잡고 있을 테니 츄르로 유인해서 바로 먹여!"


우리는 드디어... 약을 먹였다.



하지만 망고가 피를 본 상태이기도 했고 빠지면 안 되는 이빨이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구조자분께 연락드려 상황 설명하고 괜찮은 건지 여쭈었다. 분명 망고 잘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빨이 빠지다니...ㅠㅠ


감사하게도 바로 자료 찾아 보내주시고 유치가 빠진 것 같다고 알려주셨다. 고양이들 언제 빠졌는지 모르게 유치가 없었고 한  번도 못 보셨다길래 유치 득템한 기분도 들었다. 아이 치아도 모두 모아 유치책에 넣어두었기에 망고 유치도 모아줘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동물병원에도 다시 문의해 보라고 알려주셨고 주사기 말고 캡슐을 이용해서 약을 주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면서 캡슐도 주셨다. 구조자분들은 언제든 연락 줘도 된다 하셨지만 우리... 너무 자주 연락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정말 그분들 아니었으면 우리 망고를 만나지도 못했을뿐더러 키우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아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후다닥 캡슐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니 망고는 많이 놀랬던 건지 아빠의 품 안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망고가 다신 자기에게 오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했던 남편은 미안해하며 망고를 안아주고 있었다.



이 날은 아이가 방 안에 있을 때 나와 남편이 거실에서 망고에게 약을 준거라 다음 날은 망고가 마음의 안정을 조금이라도 찾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와 함께 소파에 앉아있다가 잽싸게 담요로 싸고 알약을 먹였다. 그다음 날도 그렇게 셋이 망고에게 쉽게 약을 먹였다.


병원에서는 유치인 것 같다 하시면서 사진을 요청하셔서 보내드리니 우측 상악 송곳니인데 원래 빠져야 할 유치일 것 같다며 다음에 병원 오면 다시 자세히 확인해 보신다고 하셨고 3차 접종을 맞기 위해 열흘 후 방문하니 살펴주시고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내 치아도, 아이 치아도 주로 집에서 스스로 잘만 뽑았으면서도 망고 유치 빠진 것은 정말 많이 놀랬다. 사람처럼 고양이에게도 이빨이 중요할 텐데 유치라 그나마 다행이었고  망고가 사료도 잘 먹고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안심했다.


이빨 빠진 사건으로 인해 기생충 생각은 저 멀리 가버리고 망고 이빨 생각만 남았다.


이젠 잘 먹고! 잘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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